생각 위를 걷다(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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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하게 나이 들어가는 삶의 멋>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쩌다가 예기치 않게 당신 곁에 서게 되었습니다. 별로 내키지는 않았지만 예의상 하는 수 없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말을 전하는데 내 눈에 들어오는 당신의 옆 모습이 너무나 초라하게 보였습니다. 외람되게 들릴지 모르지만 조금은 측은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이 들어가는 탓도 있겠지만 아마 홀로 남겨진 모습 때문일 겁니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처럼 잠깐의 권한과 힘이 주어졌을 때 잘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이제는 자기 문제의 수렁에 빠져 함께하는 이 하나 없이 처량하게 홀로 남게 되었습니다. 잠시 함께 섰다가 자리를 뜨는데 안타까운 마음보다 나는 저렇게 나이 들어가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스쳐 갔습니다. 어찌 보면 조금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대부분이 다 부질없는 것일 수도 있는데 그런 ..
2024.02.16 -
<쉼은 삶의 양념이다>
호숫가 찻집 벽 한쪽에 작은 모형 돛단배가 놓여 있다. 창가에 다소곳이 앉아 향기 좋은 커피 한 모금 입에 머금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다가 마음의 손을 뻗어 살짝 들어서 호수 위에 띄었다. 그리고는 거기에 몸을 싣는다. 조금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 따라 가볍게 호수 위로 노 저어가며 어제 회의로 모두 소진되어버린 몸과 마음의 힘을 다시금 채운다. 하얀 구름 뭉게뭉게 노니는 푸르른 하늘과 해 맑은 호수 위에 넘실대는 작은 파도들의 몸놀림이 평화롭게 보이는 오후이다. 그 오후의 한 부분을 채우는 나의 여유로운 시간 이래서 때로 쉼은 참 좋다. 삶의 맛을 내는 아주 특별한 양념이다. (수, February 14, 2024: mhparkⒸ2024)
2024.02.15 -
<석양의 노을>
아름다운 석양의 노을은 늘 내 마음에 한 폭의 그림을 남기며 떠나간다. 눈가에 맺히는 노을의 붉은 빛은 가슴에 열정을 다시금 지피고 삶이 모두 지는 날까지 노을처럼 아름답게 살아가라고 그리고 자기처럼 내 생의 노을을 아름답게 남기고 떠나가라고 내 귓가에 속삭이는 듯하다. 석양의 노을은 언제나 내게 생의 유한성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준다. 나도 저렇게 져가는 해처럼 질 때가 있다는 것을. 저 멀리에서 호수 위로 밀려오는 아름다운 노을빛을 모두 가슴에 고스란히 담으며 석양의 노을이 내 마음에 한 폭의 그림을 남기듯 나도 시간 위에 한 폭의 인생화를 아름답게 그리며 살아가고 싶다. 해 저무는 호숫가에 우두커니 서서 내 마음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의 노을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저편 작은 등대에서 파란 불빛이 반짝인..
2024.02.11 -
<날갯짓의 역설>
호수에서 즐겁게 노닐던 갈매기들 그중 한 마리가 날갯짓하면서 창공으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창공을 가르는 그 날갯짓이 보면 볼수록 힘찼다. 갈매기는 날갯짓을 힘차게 해야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 있다. 그래서 높이 날아오르려면 더 많은 힘이 든다. 그만큼 날갯짓을 힘차게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날갯짓의 역설이다. 날갯짓을 하지 않고 그냥 호수에서 노닐면 그리 힘이 들지 않는다. 그런데 그러면 하늘을 날 수가 없고 높은 곳에서 아래를 바라볼 수가 없다. 낮게 나는 갈매기는 자세히 볼 수 있어도 높이 나는 갈매기만 멀리 볼 수 있다. 적잖이 힘이 들지만 그래도 부단히 날갯짓해야만 높이 올라갈 수 있다. 그렇게 힘차게 날갯짓하면서 창공으로 솟아올라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갈매기를 보면서 나도 마음의 날개를..
2024.02.10 -
<2월의 햇살, 2월의 바람 그리고 2월의 나>
2월의 햇살은 겨울 찬바람 속에서도 화사하고 힘차다.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아마도 3월의 봄날을 가슴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2월의 초반 날씨 좋은 어느 날 호숫가에 홀로 서서 찬바람을 맞으며 움츠러드는 가슴을 힘차게 펴고 밝은 햇살을 눈부시게 마신다. 얼굴을 차갑게 스쳐 가지만 2월의 바람은 2월의 햇살만큼 좋다. 내 가슴을 마냥 뛰게 한다 2월의 밝은 햇살 2월의 차가운 바람 그리고 2월의 가슴 뛰는 나 호숫가를 수놓는 조화로움 한 편의 서정시 같은 오후다. (화, February 6, 2024: mhparkⒸ2024)
2024.02.07 -
<시간 소리>
생의 거리에서 시간은 바람처럼 하염없이 스쳐 지나간다. 아쉬운 마음에 가끔씩은 스쳐 지나가다가 잠시 발걸음 멈추고 손 내밀며 악수라도 청하거나 포근히 안아주고 떠나가면 좋으련만 아무런 말없이 늘 차갑게 지나가고 만다. 찰칵 찰칵 째깍 째깍 예전에는 시골집 벽에 달린 커다란 시계에서 시간이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큰 바늘이 돌다가 열둘에 이르면 힘차게 종이라도 쳤는데 빠르게 흐르는 세월 속에서 그 마저도 아득한 옛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는 시간이 나를 스쳐 지나가듯이 나도 시간을 스쳐 지나간다. 우린 그렇게 서로를 스쳐 지나간다. 오늘도 나는 나를 스쳐 지나가는 너의 차가운 시선에도 따스한 가슴으로 너를 스쳐 지나가며 밝은 내일을 향한 또 하룻길을 후회스럽지 않게 마음 다해 걷는다. (월, February ..
2024.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