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위를 걷다(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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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소원>
자그마한 삶에 고유한 꿈을 담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매일매일 주어지는 하루를 한 길을 걸으며 열심히 살아오고 한결같게 살아가는 삶의 여정- 마지막 길 떠날 때 후회 없도록 그렇게 나만의 삶을 살려고 한 어제처럼 오늘을, 그리고 오늘처럼 내일을 살아가는 삶- 이 발길이 멈출 때까지 날마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을 오롯이 걷는다. (일, January 7, 2024: mhparkⒸ2024)
2024.01.08 -
<몸의 추위, 마음의 추위 그리고 존재의 추위>
차가운 겨울바람 거리를 채우는 어느 쓸쓸하게 느껴지는 오후에 두툼한 가방을 멘 삼십 대로 보이는 호리호리한 여성이 겨울 점퍼에 달린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부는 바람 따라 흔들리는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처럼 몸이 자꾸 이리저리 흔들렸다. 핏기 없는 얼굴에 초점을 읽은 듯한 눈은 졸린 듯 보였고 불안한 몸짓에 춥다고 중얼거리면서 한참을 이 주머니 저 주머니를 뒤지다가 지폐 한 장을 꺼내더니 담배 한 갑과 초콜릿 2개를 샀다. 그리고는 곧바로 나가지를 못하고 쓰러질 듯 불안하게 몇 번이고 몸을 젖히다가 무언가를 중얼거리면서 밖으로 나갔다. 언뜻 보기에도 대낮부터 약에 취한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보는데 몸도 추워 보였고 마음도 추워 보였다. 그리고 존재도 추워 보였다. 몸의 ..
2024.01.07 -
<하얀 눈과 하얀 밀가루 그리고 잔디와 쑥>
이공이사 새로 바뀐 해의 첫날 딱 일 년간 머물다가 떠나갈 새로운 손님으로 세상에 찾아온 해를 깜짝 축하라도 하듯이 하얀 눈이 예쁘게 내렸다. 아침에 보니 그 눈이 겨울 속 잔디 위에 적잖이 쌓여있다. 쌓인 그 눈 위로 잔디가 푸르스름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모습이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어린 시절 봄이 되면 길가나 논둑이나 들판 여기저기에 봄나물들이 돋아났다. 그중에 쑥이 있었다. 쑥이 돋아나면 어머니는 쑥을 잔뜩 뜯어다가 깨끗이 씻은 후 널따란 쟁반에 죽 펼치고는 그 위에 밀가루를 죽 뿌리셨다. 그리고는 얼마간 솥에 넣고 찌면 아주 맛있는 간식이 되었다. 때론 그것으로 쑥개떡을 만들어주셨다. 푸르른 잔디 위에 하얗게 쌓인 눈이 푸르른 쑥 위에 하얗게 뿌려진 밀가루가 같아서 그 어린 시절을..
2024.01.02 -
<은빛 거울 같은 밤의 호숫가에서>
어느덧, 겨울이 구수하게 익어가는 십이월의 끝자락에 이른 시간- 지나가는 길에 차가운 바람을 상큼하게 맞으며 옷깃 살짝 여미고는 잠시 호숫가에 발걸음을 세웠다. 별빛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회색 구름 짙은 하늘은 희망을 잃어버린 이 시대 어떤 이의 우울한 마음 같고 어둠이 짙게 내린 잔잔한 밤의 호수는 은빛 거울 같다. 거울 같은 밤의 호수는 어둠을 밝히는 주변 불빛들을 그대로 품고는 다시금 세상으로 되돌린다. 밤이 깊어갈수록 무지갯빛같이 다채로운 호수에 어리는 어여쁜 불빛들이 잔잔하게 부는 겨울 바람결 따라 물결이 부드럽게 일렁일 때 추운 듯 쉬지 않고 춤을 춘다. 바람결과 물결이 화가처럼 밤의 호수를 아름답게 만든다. 내 마음에 정겨움을 선사한다. 호수에 비친 불빛 가닥들을 차가운 바람 맞으며 물끄러미..
2024.01.01 -
<창가에 머무는 마음-달 같이 은은한 마음>
종종 늦은 밤 창가에 홀로 조용히 앉는다. 그리고는 나 자신과 만난다. 하룻길 걸으며 지친 몸에 쉼도 주고 분주했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싶을 땐 이렇게 가끔 창가에 조용히 앉아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밖으로 맑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내 안에 작은 여백을 주곤 한다. 어떤 날은 칠흑 같은 어둠만이 밤하늘을 물들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별들이 반짝이며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기도 한다. 밤하늘은 매일매일 그렇게 옷을 갈아입는다. 오늘은 달밤이다. 가로등 불빛이 인적 끊긴 거리를 밝히고 차가운 바람 스치는 캄캄한 밤하늘에 수줍은 듯 반쯤 가린 채 살짝 얼굴 내미는 하얀 달이 오늘따라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조용히 밤하늘을 바라보는 눈가에 달의 부드러운 미소가 아롱진다. 마음에도..
2023.12.31 -
<삶과 물음: 잘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며>
살아갈수록 물음이 더 많이 생긴다. 답을 충분히 얻는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물음이 생긴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저절로 생긴다. 지적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계속 묻게 만든다. 그래서 물음에 대한 답을 다 얻지 못해도 계속 물으며 산다. 그래야 길을 잃은 세상 속에 매몰되지 않고 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오늘 성탄절 아침에는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짙게 끼었다. 그래서 조심조심 운전해 가다보니 짙은 안개 속으로 서서히 신호등이 나타난다. 푸른 신호등이 보이면 그냥 지나친다. 빨간 신호등이 보이면 서서히 멈춘다. 그렇게 지나침과 멈춤을 반복하다 보니 무사히 목적지에 다다랐다. 마찬가지로..
2023.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