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위를 걷다(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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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푸르른 보통날들>
잠시 머물다 떠나가는 마음속 생각의 틈 사이로 푸르게 스치는 꿈의 농도가 화창한 날의 눈 부신 햇살보다 더 진하다. 하늘 향해 힘껏 포효하는 갈매기의 작은 입이 하늘을 전부 삼키고도 남을 만큼 더 강렬하다. 두꺼운 나뭇가지 껍데기 사이로 하나둘 비집고 나오는 새싹의 역동적인 손놀림이 추운 날 대지로 몰아치는 바람보다 더 세차다. 우리의 보통날들 그 많은 날은 어느 특별한 날들보다 더 위대하다. 그 보통날들의 하루하루를 유일하게 사는 것이 푸르른 내일을 위한 지름길이다. 보통날들에 특별한 날이 담긴다. 보통날이 삶 속에서 특별한 날이 된다. 오늘 하루도 그 보통날을 푸르게 산다. (일, March 17, 2024: mhparkⒸ2024)
2024.03.18 -
<오늘 하루를 위한 바람>
바람의 부드러운 손결이 나뭇잎의 살결을 살며시 스치듯이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이 주변의 어둠 속으로 은은히 번지듯이 너에 대한 보고픔 담긴 생각이 대지에 녹아드는 눈송이처럼 문득문득 내 마음속으로 밀려들듯이 오늘 하루가 아무런 기별 없이 다시금 나의 삶 속으로 흘러온다. 나도 기지개를 죽 펴고 오늘도 하루 속으로 살며시 걸어 들어간다. 감미로운 음악처럼 거친 생의 거리를 걷는 발걸음이 한없이 부드럽기를 바라면서. 어둠이 다시 찾아드는 시간이 되면 그 바람이 부질없는 욕심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더라도 또 하룻길 걷는 발걸음에 그런 마음 깊은 곳의 열망을 담는다. 그래야 오늘 하루도 힘차게 걸을 수 있고 그래야 또 내일을 꿈꿀 수 있으니. (금, March 15, 2024: mhparkⒸ2024)
2024.03.16 -
<하루 따기>
하루의 해가 서산 너머로 지고 또다시 어둠이 찾아오면 나는 또 하루를 살며시 따서 내 인생의 주머니에 고이 담는다. 그렇게 매일매일 그 하루를 수확해서 인생 주머니에 담긴 많은 하루가 가득하다. 어떤 하루는 잘 익었고 어떤 하루는 설익었다. 어떤 하루는 둥글둥글 매끄럽고 어떤 하루는 여기저기 흠집이 나 있다. 어떤 하루는 커다랗고 어떤 하루는 자그마하다. 그동안 매일 따서 담은 이런저런 모습의 내 하루가 인생 주머니에 가득하다. 그 모든 하루가 맘에 들든지 들지 않든지 전부 내 것이다. 어제 마음으로 오늘을 그리고 오늘 마음으로 내일을 그렇게 소중하게 살다가 밤이 찾아오면 또 하루를 딸 것이다. (목, March 14, 2024: mhparkⒸ2024)
2024.03.14 -
<시간의 인격성>
매우 화창한 3월의 하루 햇살 가득히 묻어나는 하루의 빛깔이 찬란하다. 거부할 수 없는 환희의 몸짓이 내 가슴에 힘차게 방망이질 한다. 가슴이 아플정도로 힘차게 뛴다. 해가 중천에 솟았는데도 아직 잠들지 못한 가로등이 지나가는 이들에게 여전히 다정한 눈길을 주고 있다. 내 뛰는 가슴만큼이나 짙은 느낌 있다. 오늘 하루도 시간은 어김없이 묵묵히 흐르고 흐른다. 그 보이지 않는 흐름 속에서 또 하루를 훗날 볼 수 있게 걷는다. 시간은 인격이 없지만 그럼에도 그 반응에 있어서는 무한히 인격적이다. 시간은 존중하며 의미있게 사용해야 의미있게 보답한다. 시간을 막 대하면 시간도 그렇게 대한다. 시간은 매일매일 그런 방식으로 짧은 인생을 사는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것이 시간의 인격성이다. (금, March 8, 2..
2024.03.09 -
<음악 같고 그림 같은 밤>
호수는 언제나 말이 없는데 파도가 입을 벌려 말을 건넨다. 처얼썩 처얼썩. 어둠 속에서 바람 따라 끊임없이 밀려와서는 호숫가 벽면에 부딪치며 포말로 부서지는 그 소리가 오늘 밤은 더욱 감미로운 음악처럼 들린다. 호숫가의 그림 같은 찻집에서 은은히 흘러나오는 불빛 가닥들이 마음을 살며시 두드리는 어둠이 짙어가는 밤에 호수에 차가운 바람이 나부끼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발걸음은 끊기고 언제나 거기 서 있는 가로등만 외로이 서서 초연하게 어둠을 밝히고 있다. 찬바람 내 뺨을 부드럽게 만지는 그 적막한 밤에 어둠을 가르는 내 발걸음이 그 고적함을 달래준다. 걸음걸음 가로등 불빛이 부드럽게 다가와 동무가 된다. 낭만 서린 음악 같고 그림 같은 밤이다. 무척이나 정겹고 아름답다. (목, March 7, 202..
2024.03.08 -
<홀 길에서>
한번 인생길 누구나 홀로 왔다가 홀로 떠나가는 것이 그 근본이지만 그 홀 길을 이렇게 함께 걷는 이가 곁에 있어서 든든합니다. 그 홀 길을 이렇게 함께 마음 나누는 이가 곁에 있어서 덜 쓸쓸합니다. 그 홀 길을 이렇게 함께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걷는 이가 곁에 있어서 한길로 걸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 홀 길을 언젠가는 홀로 떠나야 합니다. 누구나 다 그렇게 됩니다. 그때까지는 당신이 곁에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또 하루를 떠나보내는 고요한 이 밤에 다소곳이 두 손 모아 그 마음을 전합니다. (토, March 2, 2024: mhparkⒸ2024)
2024.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