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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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달무리>
자정을 향해 가는 시간 인적이 끊겨 조용한 가로등만 홀로 지키고 있는 어두운 밤거리를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다보았다. 아주 높고 먼 곳에서 밝은 달이 어두운 밤하늘에 은혜를 베풀듯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주변의 하얀 구름 함께 밤하늘을 지킬 때 달이 방긋 웃음 지으니 금방 달무리가 졌다. 구름에 어여쁜 꽃 웃음 피었다. 하얀 얼굴 더 보얗게 되었다. 아름다운 달무리를 보면서 그 위에 내 바람 하나를 새겼다. 인생길 걷다가 내 마음에 밤이 찾아와 어둠이 깃들 때 내 마음에도 밝은 달이 뜨고 그 주변에 무지갯빛 달무리가 지기를. 잠시 무겁고 어둡게 된 마음에 그렇게 작은 아름다움이라도 생기면 그나마 위로가 되리라. (목, November 14, 2024: mhparkⒸ2024)
2024.11.16 -
<우산 쓰고 맞이하는 아침>
촉촉이 비 내리는 아침 주르륵주르륵빗소리 가득한 이 아침이마음에 소리 없이 스미는 시간하늘이 손을 펴서땅에 생명의 물방울을 뿌리는 것 같다. 가로등은 아직도 잠자리에 들지 못하고해 대신 이른 아침을 밝히고 있다. 우산을 쓰고 해그림자 없이 걷는 아침비에 촉촉이 젖은 길을가로등 그림자 벗을 삼아 걷는다. 그렇게 가로등 그림자가나의 발걸음을 외롭지 않게걸음걸음 함께 걸어 준다. 우산에 떨어지는 빗소리가아침을 깨우는 경쾌한 피아노 건반 소리 같다.상쾌한 아침을 걷는 내 마음도 함께 깨운다. 우산 쓰고 맞이하는 아침이이토록 운치 있게 느껴진 지도꽤 오래된 것 같다. 하염없이 흐르는 세월 속에조금씩 더 무뎌져 가는 나의 감성을오늘 아침 산책로의 빗소리가연인의 손길처럼 살짝 건드린다.걷는 길 발걸음 잠시 멈추고눈을..
2024.11.09 -
<오늘 첫 사람>
아직 세상이 잠들어 있는 어둑새벽 동이 트지 않은 새벽 이른 아침 가로등 불빛만 어둠을 밝히고 있다. 환한 가로등 불빛 아래 아침을 기다리는 의자들도 어제 종일 사람들을 맞느라 분주해서인지 아직 곤히 쉬고 있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놀라지 않게 조용히 다가가 앉는다. 그리고는 등받이에 편안히 몸을 기댄 채 가만히 눈을 감는다.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듯이 고요가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진다. 갑자기 이런 대중가요의 노랫말이 떠오른다. “서 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의 자리가 돼 드리리다 피곤한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신을 편히 쉬게 하리라 두 사람이 와도 괜찮소 세 사람이 와도 괜찮소 외로움에 지친 모든 사람들 무더기로 와도 괜찮소 서 있는 사람은 오시오 나는 빈 의자 당..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