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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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나>
전에 읽고 책꽂이에 꽂아두었던 책 중에서 필요해서 다시 꺼내 보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 그 책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죽 펼치다 보면 간혹 그 사이에서 전에 책을 읽으며 써서 책장 사이에 꽂아두었던 메모지를 만나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신기한 마음에 그것에 눈이 가곤 한다. 그리고 죽 읽다 보면 내가 ‘이런 글을 써놓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론 ‘이렇게 멋진 글을 써 놓았단 말이야!’하면서 스스로 감동(?)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컴퓨터 파일을 정리하거나 필요한 것을 찾다 보면 이전에 만들어 놓았던 파일들을 보게도 되는데 그때도 비슷한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바로 어제 그런 경험을 했다. 필요한 것이 있어서 그것을 찾아 사용하려고 파일들 여기저기를 뒤지다가 한 피디에프 파일에 나는>이..
2025.06.09 -
<자기 안에 물주기: 내면 농번기의 관점>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 때 봄과 여름에 자주 보던 장면이 있다. 농사짓는 동네 어른들이 논에 물을 대는 것이었다. 시골에서의 봄은 늘 농번기였는데 벼 종자를 모판에 뿌리면 거기에서 모가 나고 자라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어느 정도 자라게 되면 몇 무더기씩 나누어서 논 여기저기에 던져 놓았다. 그러면 어른들이 그것들을 한 움큼씩 떼어내어 손에 쥐고는 줄을 맞추어서 심었다. 논은 물주기를 통해서 이미 물이 적당히 채워져 있는 상태였다. 때론 아이들도 그 일을 거들기도 했는데 나도 여러 번 해본 경험이 있다. 동네 어른들은 모를 심은 다음에도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논에 물을 대면서 물 관리를 했는데 특히 여름에 가뭄이 들 때는 더욱 그렇게 하려고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해야 벼가 잘 자라고..
2025.06.01 -
<흥함과 망함 사이에서: 소비와 절약 그리고>
액자나 벽 또는 광고지 등에 쓰여 있는 문구들을 보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눈길을 주고 읽어보는 습성이 있다. 그러한 것을 모두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나 눈에 특별하게 들어오는 것은 그렇게 하곤 한다. 엊그저께도 그런 글귀를 보았다. 그날 저녁에 식사하러 어느 식당에 들렀는데 그 식당 벽 한쪽에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아끼면 망한다!” 그 문구를 보는데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담겼다. 식당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적절한 마케팅 전략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 문장에는 주어가 빠져 있으나 문맥을 고려하면서 주어를 붙여보면 이런 문장이 될 것이다. ‘손님이 돈을 아끼면 우리 식당은 망합니다.’ 거기에는 생략되어 있으나 그다음에 이런 함의가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러니 돈을 아끼지 말고 드시고 싶은 것..
2025.05.27 -
<나의 선글라스가 문제다>
고등학생 때부터 안경을 쓰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안경을 처음 쓸 때는 익숙하지 않아서 적잖이 불편함을 느꼈다. 그러나 계속해서 쓰고 생활하다 보니 익숙해졌고 이제는 분명하게 볼 수 있어서 안경을 쓰고 사는 게 훨씬 편하다. 반면에 선글라스라는 것은 나와는 거리가 먼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나 쓰는 것이라고 여겨졌고 굳이 ‘그런 것까지 쓰고 살아야 하나’라는 마음도 있어서 그것에서 떨어져 살아왔다. 그러다가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여서 햇빛이 강한 날에 쓰려고 눈에 맞는 도수를 넣은 선글라스를 지난해에 장만했다. 그런데 익숙하지 않아서 그냥 집에 두기만 하고 잘 사용하지 않았다. 일종의 장롱 면허증처럼 ‘서랍 선글라스’가 된 것이다. 그래도 꽤 비싼 돈을 ..
2025.05.14 -
<아름다운 마무리-머물다가 떠나는 자리를 아름답게>
며칠 전 도서관 책상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옆 책상에 앉아 작업하던 어떤 사람이 일어서서 도서관을 떠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뒷모습이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일어서면서 자기가 앉았던 의자를 죽 밀어 뺀 다음에 다시 밀어 넣지 않고 그냥 가버렸기 때문이다. 조금 과장해서 추측해보면 그의 마음의 상태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자기가 사용했던 자리 하나 제대로 정리 정돈하고 떠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것은 한번만이 아니라 습관이거나 그의 성품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행동은 마음의 습관 또는 표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도 만일 도서관에 처음 들어왔을 때 또는 다른 어딘가에 갔을 때 지저분하거나 흐트러진 자리를 보..
2025.05.12 -
<자기 삶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
자동차 운전을 배우기 전에 다른 사람들의 차를 탈 때 옆자리에 앉아서 가졌던 생각이 있다. ‘앞뒤 좌우로 차들이 많이 있는데 이렇게 빨리 달리면 다른 차들과 부딪쳐서 사고가 나지 않을까?’ 그러나 그런 의구심은 자동차를 운전하는 법을 배우고 실제로 운전하면서 떨쳐버리게 되었다. 우리는 세탁기나 휴대전화 같은 전자제품을 사게 되면 우선 그것의 설명서를 보면서 작동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다른 것들도 대부분은 같은 과정과 절차를 거치게 된다. 어떤 사람이 소설가가 되고자 한다면 그는 소설과 관련된 강의나 강좌 또는 그것과 관련된 책들이나 자료를 보면서 공부할 것이다. 시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시인은 시인이 되기 위해 몇천 권의 시집을 읽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다. 마찬가..
2025.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