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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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꽃이 침묵으로 말을 하다>
밝은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가득 내리쬐는 산책로를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걷는데, 길가에 핀 예쁜 꽃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오늘 아침은 유독 보랏빛 들꽃이 아름답게 보였다. 조금씩 더 깊어가는 여름에 점점 더 짙어가는 녹음과 함께 더욱 진해지며 활짝 피고 있는 보라색 꽃들의 환한 웃음을 보면서 그냥 스쳐 지나갈 수가 없었다. 보라는 듯이 나를 보며 방긋 웃고 있었기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았다. 참 좋았다. 꽃을 보는 것은 언제나 기쁘고 좋다. 잠시나마, 마음이 꽃과 같아진다. 그렇게 얼굴에 웃음을 담고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대중가요의 한 소절이 떠올랐다. “…우리는 소리없는 침묵으로도 말할 수 있는 / 우리는 마주치는 눈빛 하나로 모두 알 수 있는 / 우리는 우리는 연인….” 나와 들..
2023.03.02 -
<바라보면 보이는 것들>
오늘도 이른 아침 시간 나무숲 산책로를 따라 걸어갑니다. 앞을 보며 한걸음 또 한걸음 걸어갑니다. 계속해서 걸어갈 길과 앞서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러다가 잠시 고개를 돌려 좌우 옆을 봅니다. 늘 그렇게 길옆에 있었지만 앞을 보며 걸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오랜 시간 봐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눈에 가득 들어옵니다. 수많은 들풀이 보입니다. 바람결에 살랑살랑 춤을 춥니다. 그 옆에 홀로 핀 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함께 핀 꽃들도 보입니다. 바라보는 내게 미소를 띄웁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들도 보입니다. 힘차게 돋아나는 새싹들도 보입니다. 나뭇가지에 달린 작은 열매들도 보입니다. 죽어서 누워 편히 잠을 자는 나무도 보입니다. 그렇게 걷다가 살며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저 높이 ..
2023.03.01 -
<다짐, 그리고 그것을 끝까지>
오늘 아침에도 건강을 생각하면서 오르고 내려야 할 많은 계단 앞에 섰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날 때 마음에 다짐을 했습니다. ‘오늘도 330계단 힘껏 3번을 온전하게 오르내리자.’ 그리고 가볍게 발걸음을 뗐습니다. 그러나 이내 발걸음이 더해질수록 숨이 가빠지고 두 다리에도 고통이 점점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맨 꼭대기를 생각하고 올라야 할 3번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끝나는 시간을 마음에 그렸습니다. 부득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서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에 쉽게 그만둘 수 없습니다. 아니, 그만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습니다. 작심 3일이 아니라 작심 3번이면 됩니다. 매일 오르내릴 때마다 각각 한번씩 3번 작..
2023.02.28 -
<나무와 작은 가지 하나>
길옆 작은 화단 한복판에 터 잡고 살아가는 이름 모를 나무 그 허리춤에 작은 가지 하나 돋았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힘껏 푸른 날개를 펴고 있다.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진한 눈빛으로 응시한다. 그 모습이 활기차다. 한없이 경이롭다. 무뎌지려는 내 마음을 깨운다. 새로운 마음으로 힘껏 다시 발걸음을 뗀다. (수, June 22, 2022; mhparkⒸ2022)
2023.02.27 -
<호수 같아 진 마음>
화려하게 수 놓으며 반짝이던 그 많던 별들도 오늘은 피곤한 듯 모두 잠들어 고요하고 어둡기만한 밤하늘 그 하늘 아래 부둣가의 배들도 편히 쉬고 있는 조용하고 잔잔한 호수 그 위로 간간이 부는 바람만 스친다. 어두움 자정 향해 깊어가는 밤 한 줄기 두 줄기 어둠을 가르며 반짝반짝 호수를 비취던 별들 대신에 오늘은 찻집의 불빛들이 창문을 지나 은은하게 새어 나온다. 별빛보다 더 낭만지게 밤 호수를 비춘다. 어둠 짙어가는 호숫가 한편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물고기가 물기만을 기다리며 호수를 응시하는 낚시꾼의 진지함에 행여나 방해가 되지나 않을까 스치는 바람도 소리를 죽이며 살금살금 지나간다. 낭만 가득한 초여름 밤 호숫가의 정취가 잠시 찻집에 들른 내 발걸음에 향긋하게 머문다. 진한 커피향 찻잔에 은은히 머물듯이..
2023.02.27 -
<내 그리움 속의 너>
양지바른 언덕 들녘 대지에 내려앉는 햇살 사이로 간혹 바람만 스쳐 지나는 어느 오후에 빈자리에 홀로 앉아 이렇게 너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움이 불어나 강물처럼 기억의 강둑에 넘실거리면 나는 추억의 거리로 나가서 너와 함께 걷던 시간 위를 홀로나마 다시 걷는다. 걷다 보면 더 큰 그리움이 내 가슴으로 밀려와 파도치고 포말로 부서지는 물결 따라 추억 속의 잔상들이 내 마음에 그리움의 파문을 일으킨다. 추억의 거리에서 그리움에 젖는 나는 어느새 너의 이름을 목청껏 부른다. 그렇게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시간 위에 새겨진 지난 삶의 이야기들이 하나 둘 뇌리를 스쳐가고 한 순간 너의 모습이 내 마음에 아롱댄다. 어제는 정겨운 동행 오늘은 애틋한 그리움과 아련한 추억 그리고 내일은 기쁜 만남 이렇게 나 홀로 빈 자..
2023.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