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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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호숫가의 밤>
저 멀리 어둠을 가르고 밤을 밝히는 불빛 가닥들이 호수에 반사되어 하늘로 날아오른다. 흩어져가는 검은 조각구름들은 바람에 몸을 실어 여행을 시작하고 가끔씩 길을 잃은 물결들이 호숫가로 밀려든다. 늦가을 밤, 바람은 차갑고 스치는 그 차가움에 나의 마음도 함께 춤을 추며 어느새 마음은 고향 하늘로 가고 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지만, 하나의 둘로 살아가는 우리네 삶. 외로움이 그리움과 조우할 때, 나는 하염없이 ‘함께 있음’을 맛보고 싶어 한다. 노을 지는 초저녁 하늘에서 작은 어둠 조각들이 호숫가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아름다운 늦가을 밤이 가만가만히 호숫가에 찾아든다. 내 마음에 찾아든다. (일, June 3, 2023: mhparkⒸ2023) * 이 시는 예전에 한 월간지의 창간기념 문학작품 공모전..
2023.06.05 -
<새 마음 하나>
미워하는 마음 하나 버리고 사랑하는 마음 하나 담고, 바쁨 속에 당신 잊고 사는 삶 하나 떨치고 당신 향한 그리움 하나 내 맘에 포개고, 이기적인 마음 하나 던지고 감사하는 마음 하나 품고, 나의 욕심 채우는 하루 지우고 당신 내 삶에 새기는 하루 쓰고. 인생길에서 날마다 내딛는 발걸음 그렇게 좀 더 나은 삶을 향한 화사하고 의미 있는 나아감 (토, May 27, 2023: mhparkⒸ2023) * 예전에 썼던 것을 덧붙여 고쳐 쓰다.
2023.06.02 -
<가을편지>
이번 가을엔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싶다. 일상 속에 깊숙이 잠긴 내게 그리움의 언어로 다가와서 다정히 내 이름을 불러줄 정다운 이의 편지를 받고 싶다. 시간의 흐름 속에 침묵으로만 새겨진 내 이름 세 글자를 따다가 하얀 종이 위에 새기고 나에 대한 그리움을 한자 한자 수놓은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싶다. ‘인생길 걸으며 당신을 만나고 알게 되어 기쁩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시대를 당신과 함께 살아가게 되어 참 좋습니다. 내 기억 속에 당신과의 아름다운 추억이 소중히 담겨 있어서 행복합니다. 당신과의 만남을 늘 감사히 여깁니다.‘ 여전히 많이 부족한 인생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말해 주는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싶다. 푸르른 잎들 예쁘게 물들어가는 내 마음도 덩달아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계절에. (수, May ..
2023.06.01 -
<하늘과 나뭇잎 손바닥>
햇살 좋은, 그러나 약간 따갑게 느껴지는 오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후에 산책로를 즐겁게 걷고 난 다음, 집으로 향하기 전에 잠시 벤치에 앉아 쉬고 있었다. 기분 좋게 스쳐가는 바람을 맞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내가 앉아 있는 앞쪽에 녹음 짙어가는 푸르른 나무들과 풀들이 눈에 들어왔다. 별 생각 없이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하나의 생각이 나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뭇잎들과 풀잎들을 죽 보는데, 그것들 모두 잎의 손바닥 부분이 하늘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찌 보면, 당연하고 늘 보아온 모습인데, 아둔하게도 그제야 눈에 특별하게 들어와서 주목하여 보게 된 것이다. 그것들을 보고 있는데, 마음에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왜 나뭇잎들과 풀잎들은 잎의 손바닥 부분은 하늘을 향하고..
2023.05.30 -
<걸으며 깨달음 하나 줍다>
이렇게 오월의 밝은 햇살 가득한 날엔 그대와 함께 녹음 짙은 거리를 도란도란 예쁜 이야기 꽃 피우며 한없이 걷고 싶다. 이런저런 복잡한 상념일랑 가는 길옆 풀숲에 잠시 떨쳐두고 푸르른 나무 이파리들 그 틈새로 비취는 햇살의 희망을 두 손으로 가득 받아 가슴에 담고 우리 앞날을 이야기하면서. 우리 둘 함께 걷는 길 발걸음에 닿는 돌멩이들 그리고 나무뿌리들 애써 피하지 않고 길벗 삼아 정답게 함께 걸어가면 푸르른 나무들과 더불어 우린 또 다른 동무를 얻는 거야. 그래서 모든 길은 함께 걷는 길 우린 혼자 걸어도 결코 홀로 걷지 않네. 조금만 달리 생각하며 둘러보면 주변은 온통 우리의 길동무들 함께 걷는 우리 인생길 이 평범한 깨달음 또한 이렇게 오월의 밝은 햇살 가득한 날에 사뿐사뿐 발걸음 가볍게 걸으며 받..
2023.05.28 -
<하늘 향해 한 발 떼기>
땅에 살아도 하늘을 본다. 땅을 딛고 걸어가도 하늘을 품으며 산다. 삶의 마지막을 인식하며 살아도 영원한 삶을 꿈꾸며 산다. 저기 내 앞에 있는 길을 보며 나는 다시금 한 발짝 뗀다. 영원이 나를 부르는 곳으로 매일 한걸음 또 한걸음 삶을 옮긴다. 하늘 생명을 품고 해 아래서 하늘을 산다. (목, May 25, 2023: mhparkⒸ2023) * 예전에 썼던 것을 덧붙여 고쳐 쓰다.
2023.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