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위를 걷다(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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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글어 떨어지는 것은 더 이름답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걷다가 문득 산책로 한 쪽 풀옆에 떨어져 있는 빨간 열매들을 보았다. 무덥고 녹음 짙은 여름날을 지나 가을의 시간이 되어 푸르게 자라던 견실한 열매들이 붉게 무르익었다. 그런 열매들 가운데 어느 순간 영근 채로 길가에 떨어졌다. 이 가을에 낙엽처럼 낙과가 되었다. 그래도 그 모습이 가엾지 않고 참 예뻤다. 손을 내뻗어 집어들고 싶어졌다. 푸르게 떨어지는 열매는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어도 채 영글기도 전에 떨어지기에 애석하고 안타깝지만 알알이 노랗고 빨갛게 영글어 떨어지는 열매는 숭고하고 아름답다. 붉게 물들어 아직 나무에 달린 열매도 이 가을이 끝나기 전 어느 날 소리 없이 떨어지겠지만 아직은 힘차게 나무에 달려 숭고한 생을 노래하고 있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눈이 단풍잎..
2023.09.23 -
<삶 이해: 일상적 작가 시점>
인생 책, 인생 작가- 인생은 일종의 책이다. 그래서 사람은 일종의 작가다. 실제로, 사람은 자기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누구나 작가적 삶을 산다. 사람은 모두 보이지 않는 노트인 흘러가는 시간 위에 날마다 삶으로 자기의 인생 이야기를 써간다. 이런 점에서 인생은 평생 작품이다. 누구나 위대한 작가일 수는 없지만 나름 멋진 이야기를 쓸 수는 있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인생은 자기의 것이고 자기의 책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작가는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자기의 노트에 한자 한자 정성 다해 자기만의 이야기를 써간다. 훌륭한 인생 작가도 세월을 아끼며 그렇게 한다. 자기 인생 책의 독자는 자기 자신이다. 자기 인생 책은 다른 사람이 읽도록 쓰지 않는다. 바로 자기 자신을 위해 쓴다. 인..
2023.09.22 -
<노른자 사랑>
당신의 사랑 안에 나의 사랑이 있습니다. 당신을 향한 나의 노란 사랑이 나를 향한 당신의 하얀 사랑 안에 안전하게 감싸여 있습니다. 나를 향한 당신의 하얀 사랑 그 한가운데서 당신을 향한 나의 노란 사랑이 날마다 커집니다. 어느 날, 당신을 향한 나의 노란 사랑도 나를 향한 당신의 하얀 사랑처럼 힘차게 부화할 겁니다. (수, September 20, 2023: mhparkⒸ2023)
2023.09.21 -
<정성 다해 맞이하다>
회색빛 구름이 짙게 펼쳐진 아침 하늘 그 구름 사이로 찬란한 아침 햇살이 얼굴을 환하게 내밀며 밤새 새하얘진 내 맘을 붉게 물들인다. 긴밤 지새우며 내린 이슬로 촉촉히 젖은 길 위의 노란 낙엽을 그렇게 붉게 물든 마음으로 밟으며 아침을 걷는 시간 위로 잔잔한 빛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나무숲 산책로를 걷는 내내 내 마음이 그 물결에 부드럽게 호응한다. 내 마음이 자꾸 파도처럼 일렁인다. 또 하루를 새롭게 시작하는 힘찬 발걸음 그 걷는 발길에 하늘을 보며 호수 같은 평안을 구한다. 평생의 삶이 늘 감미로운 음악처럼 부드러우면 좋으련만 때로는 그리고 어떤 때는 거친 풍랑이 이는 바다 같아서 걷는 길이 무척이나 힘에 겨울 때가 있다. 그래도 멈출 수 없는 여전히 가야 할 길 그 길이 부드럽든 거칠든 늘 같은 마..
2023.09.19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어제는 과거이고 오늘은 현재이고 내일은 미래이다. 그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그 오늘은 지금 와 있고 그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다. 그 어제는 추억이고 그 오늘은 현실이고 그 내일은 이상이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그 중심은 오늘이다. 오늘도 그 중심에 서서 여전히 가야 할 길을 힘껏 걸으며 또 하루를 산다. (목, September 14, 2023: mhparkⒸ2023)
2023.09.15 -
<작은 곁가지의 홀로 서기와 노란 단풍잎>
아직 어둠이 채 가시기 전 잔암이 묻어 있는 이른 아침에 흐릿한 어둠 속으로 내 눈가에 노랗게 다가오는 작은 가지 초가을 단풍잎 아름드리 곧은 나무 그 살갗 틈으로 돋아나 자라다 어느 날 잘린 그 아픈 자리 곁으로 또 하나 작은 가지가 힘차게 돋아났다. 그리고 다시 어느 날 그 연약한 가지 바로 거기에 작은 잎들이 돋아나 자라고 있다. 이번 가을도 여느 잎들처럼 아름답게 물들고 있다. 다른 잎들 여름처럼 아직 푸르른데 먼저 가을을 우아하게 노래하고 있다. 가을을 아름답게 수놓는 이 작은 가지에 달린 잎들은 조그만 하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그리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쓸쓸해 보이지도 않는다. 언제나 눈길 주는 이 하나 없어도 숲속 길 옆에서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고고하게 생을 노래하는 너는 어엿한 나뭇잎이다..
2023.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