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위를 걷다(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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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로 족하다>
마음에는 아름다운 내일을 꿈꾸고 그림 같은 예쁜 삶을 그리며 내일을 향해 힘껏 걸어가지만 현실로는 오늘 하루만을 산다. 때때로 하루를 사는 것도 숨이 차고 버거울 때가 있는데 내일까지 미리 사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얀 도화지 위에 한 길 발자국을 남기며 내일 속의 오늘을 살다보면 오늘 속의 내일이 말없이 한걸음 또 한걸음 가까이 다가온다. 그렇게 오랜 시간 먼 길을 걷다 보면 오늘과 길게 이어진 어느 날, 그 어느 날 마음으로 꿈꾸고 현실로 살던 그 아름다운 내일이 그림 같은 예쁜 오늘로 하얀 도화지 위에 단풍 든 가을 풍경처럼 멋지게 그려져 있을 것이다. 아주 조그마한 인생의 작은 몸짓은 날마다 그렇게 내딛는 한 길 발자국 속에서 나름의 불후의 명작이 된다. 황혼녘의 노을보다 더 멋진..
2023.10.13 -
<내용이 있는 삶>
책상 위에 똑같은 세 권의 노트가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하나를 들어 펼칩니다. 거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저분한 낙서로 가득합니다. 낙서장입니다. 다른 하나를 들어 펼칩니다. 거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것저것 잡다한 글씨로 가득합니다. 잡기장입니다. 마지막 하나를 들어 펼칩니다. 거기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스럽게 쓰인 멋진 문장으로 가득합니다. 명작집입니다. 겉은 갖지만 속은 사뭇 다른 세 권의 노트를 보면서 우리 인생을 생각합니다. 각각의 인생의 노트도 셋 중 하나와 비슷합니다. 인생이란 하나의 노트에도 오랫동안 매일 삶으로 쓰고 나면 어떤 내용이 담기게 됩니다. 훗날 생의 어느 시점에서 자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자기 인생 노트를 펼칠 때 거기에서 자기 인생을 보게 됩니다. 내용이 있는 삶- ..
2023.10.12 -
<작은 것에서 느끼는 생의 즐거움>
가끔씩은 일상 속의 작은 것들이나 새로운 것들이 즐거움을 준다. 바람이 세게 불고 적잖이 춥게 느껴지는 오늘은 아침운동을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오는데 파란 새 한 마리가 계단 옆 나무에 날아와 앉았다. 그리고는 몸을 흔들면서 재잘대며 아침 노래를 불렀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을 조금 가볍게 해주려는 듯이 말이다. 파란 새가 조금 신기했다. 내 눈이 갔다. 그래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파란 새를 바라보았다. 경쾌하게 부르는 아침 노래를 들으면서. 그렇게 2-3분 머물러 있더니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나도 다시 계단을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는 마음이 즐거웠다. 오늘도 그 마음으로 내게 선물로 주어진 또 하룻길을 힘차게 걸어가야겠다. (월, October 9,..
2023.10.09 -
<단풍 낙엽 위의 단풍 발자국>
이제는 선선하던 바람이 조금씩 쌀쌀해지는 조용한 아침 시간 아직 많은 것들이 고요히 잠든 토요일 아침 지난 밤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바람은 아예 일찍 깨어 산책로를 서성이고 있는 듯하다. 바람이 이리로 불었다 저리로 불었다 하는 걸 보니. 어둠도 먼 여행을 떠나기가 아쉬운 지 조각조각 아직 길가에 머물러 있다. 오늘은 코끝을 살짝 스치는 아침 공기가 언제 그랬느냐 라는 듯 제법 차갑다. 쌀쌀한 기운을 느끼며 길 위에 누운 단풍 낙엽들을 밟으며 걷는데 걸음걸음에도 가을이 밟히면서 레미 드 구르몽의 시 의 한 구절이 마음에 들려온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홀로 걸으며 이 시구를 여러 번 읊조리는데 내 마음에서 이렇게 들려온다. “너도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마음의 소리에 이렇..
2023.10.09 -
<아침 단풍 하늘>
아침 하늘은 늘상 가을 같다. 아침 하늘은 대개 단풍 하늘이다. 단풍 든 가을처럼 형형색색 아름답다. 때론 아침 하늘이 구름을 품은 회색빛 하늘이어도 아름답고 희망차다. 아침 자체가 아름답고 희망차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색빛 구름 곁에는 잠시 보이지는 않아도 언제나 단풍처럼 노랗고 빨간 햇빛이 있어서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오늘 아침에 힘차게 솟아오르는 해가 아침 하늘을 노랗고 빨간 가을숲으로 만들었다. 하늘이 단풍숲이 되었다. 하늘도 땅도 가을인 아침을 떨어진 노란 잎들로 노랗게 물든 길 위를 사뿐히 사뿐히 사그락 사그락 밟으며 나 또한 가을처럼 기분좋게 걸었다. 가을은 나로 물들고 나는 가을로 물드는 단풍의 아침이었다. (금, October 6, 2023: mhparkⒸ2023)
2023.10.07 -
<꿈의 길과 마음의 발길질>
뜻을 정하고 예쁜 꿈 하나 가슴에 고이 담고 야심차게 길을 걷다 보면 어느 지점에 이르러 마음 한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게 된다. '이제는 이쯤에서 그만 두자. 나름 걸을 만큼 걸었잖아. 이 정도면 충분해. 능력도 많지 않은 인생이 말이야. 무슨 대단한 삶을 살겠다고 그래.' 그때 다른 한편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까지 어렵게 왔는데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잖아. 능력이 부족해도 갈 수 있을 때까지는 가봐야잖아. 시작을 했으면 끝은 봐야 하잖아.' 한 동안 그렇게 마음에서 두 소리가 겨룬다. 두 마음의 발길질이 이어진다. 갈등도 심해진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나 다시금 길을 나선다. 아직 고귀한 뜻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2023.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