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위를 걷다(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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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가는 여행의 길벗>
걷는 길 홀로 걷지만 때론 푸르른 하늘을 벗 삼고 때론 불어오는 바람을 벗 삼고 때론 떠 가는 하얀 구름을 벗 삼고 때론 그림자를 벗 삼고 때론 고적한 맘을 벗 삼아서 날마다 유유히 흐르는 물처럼 걷는 길 그 길 위에서 흐르는 세월의 모양 따라 여러 사연 담은 계절이 기별 없이 오고 갈 때에도 그리 서운해 하지 않고 여전히 가야 할 길 덤덤히 걷는 발걸음 때론 걷다가 몸과 마음 지치고 힘이 들 때 가던 길 잠시 멈추고 하늘 향해 손을 죽 뻗어 그대 가슴의 꿈을 한 줌 따서 어느 새 식어버린 내 마음에 뜨겁게 심고 다시금 뛰는 가슴으로 길을 간다. 나는 야 내일을 향해 오늘을 걷는 여행자! (화, August 29, 2023: mhparkⒸ2023)
2023.08.30 -
<간절함과 절박함>
비 온 뒤 내리던 빗방울들 계단 손잡이에 떨어져 잠시 위에 머물다가 흘러흘러 아래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위의 물방울 조금씩 흘러 아래의 물방울이 커질수록 떨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두 손으로 꼭 잡고 안간 힘을 쓰는 듯하다. 매달리면 매달릴수록 몸이 무거워지고 힘에 겨워진다. 아슬아슬하게 견디다 견디다 마침내 두 손을 놓고 떨어진다. 허공을 가르며 대지로 스민다. 풀들이 촉촉히 미소를 짓는다. 그것이 빗방울의 운명이다. (월, August 28, 2023: mhparkⒸ2023)
2023.08.29 -
<영글어 가는 아름다움>
해가 뜨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눈보라가 치나 평온하나 폭풍우가 몰려오나 봄여름가을겨울 여러 해 지나고 지나며 오랜 세월 잘 자란 한 그루 이름 모를 나무 길가에 말없이 서서 내가 오갈 때마다 반겨주는 그 나무 나도 가끔씩 미소를 담아 눈길을 주곤 했다. 이번 봄에도 그 가지가지마다에 푸르른 작은 열매들 하나 둘 내기 시작하더니 어느 덧 여름의 끝자락에 그 작은 열매들이 예쁘게 무르익어가고 있다. 붉게 알알이 잘 영글어 가면서 가을이 오고 있음을 오가는 이들에게 말없이 전하며 여름을 가을로 수놓고 있다. 길을 지나다가 잠시 발걸음 멈추고 그 열매들 한참이나 바라보노라니 마음이 이미 가을처럼 풍성해진다. 나무를 보고 있는데 내게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너도 나처럼 멋지게 영글어 가는 삶을 살..
2023.08.29 -
<새로움>
오늘도 밝은 해가 새롭게 떴다. 나도 새로운 날에 새로운 마음으로 익숙한 계단을 새롭게 오르내리고 익숙한 산책로를 새롭게 걷는다. 오늘은 어제와 다르고 내일과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찬란하고 붉게 빛나는 아침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눈부시게 다가온다. 나에게 조명을 비추듯이 새로운 아침을 새롭게 맞이하는 나의 힘차게 뛰는 가슴을 향한다. 어제의 삶의 모든 순간과 이야기는 좋든 나쁘든, 기쁘든 슬프든 세월의 강물에 미련없이 떠나보내고 오늘은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에 마음을 모으고 새로운 걸음으로 하룻길을 걷는다. 오늘 하루도 선물이다 아주 고귀한 선물. 그래서 감사하며 정성스럽게 선물상자를 연다. 오늘 또 하루를 그렇게 산다. (토, August 26, 2023: mhparkⒸ2023)
2023.08.28 -
<조금만 천천히>
어느 날 이 세상에 와 그대를 만나고 우리 함께 가는 길 나란히 걸어가고 싶으니 그대 너무 빨리 앞서 가지 말아요. 조금만 천천히 걸어주세요. 가끔씩은 내가 어디쯤 있는지 뒤돌아 봐주세요. 걸을수록 빨라지는 그대의 걸음을 따라잡기가 힘에 부쳐요. 나름 열심히 따라가려고 하지만 걷다 보면 힘이 들고 숨이 차서 잠시 쉬었다 가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러니 때로는 거기에 잠시만 서서 그냥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기다려주세요. 내가 그대에게 이르게 되더라도 무정하게 곧바로 떠나지 말고 잠시 나와 함께 쉬면서 이런저런 정겨운 담소를 나누다가 여유 있게 떠나요. 이제는 걸을수록 힘이 더 많이 드는데 인생길 걷는 그 길 위에 아직 내 마음을 다 풀어 놓지 못했어요. 그러니 우리 함께 떠나는 이 여행이 모두 끝나기 전에..
2023.08.27 -
<나를 맞이하는 아침 맞이>
새 날의 창문이 열리고 또 하루가 얼굴을 쑥 내밀며 열린 창문 사이로 세상에 들어올 때 내 마음의 창문도 열린다. 그 사이로 내 하루도 조용히 들어온다. 영롱한 아침햇살이 어둠을 가르며 하루의 혈관에 그 기운을 가득 주입하면 밤새 쉬던 시간의 근육들이 다시 활발하게 움직인다. 활기찬 아침이 시작된다. 그 아침에 하루의 창문을 활짝 열고 밤새 나뭇잎과 풀잎에 이슬 가득 맺힌 아침 세상 속으로 걸음걸음 들어간다. 그러면 하루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민다. 그 미소 내 마음에 머금으면서 나도 손을 내밀어 그 손을 잡고 기쁘게 하루 속으로 발걸음 내딛는다. 날마다 새롭게 찾아오는 날에 살며시 눈을 뜨고 환하게 아침을 만나는 시간은 적잖이 즐겁다. 짧지 않은 인생길 걷다보면 때론 사막 같은 메마른 땅을 만나거나 ..
2023.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