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글어 떨어지는 것은 더 이름답다>
2023. 9. 23. 02:34ㆍ생각 위를 걷다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걷다가
문득 산책로 한 쪽 풀옆에 떨어져 있는
빨간 열매들을 보았다.
무덥고 녹음 짙은 여름날을 지나
가을의 시간이 되어
푸르게 자라던 견실한 열매들이
붉게 무르익었다.
그런 열매들 가운데
어느 순간 영근 채로 길가에 떨어졌다.
이 가을에 낙엽처럼 낙과가 되었다.
그래도 그 모습이 가엾지 않고 참 예뻤다.
손을 내뻗어 집어들고 싶어졌다.
푸르게 떨어지는 열매는
나름의 의미와 가치가 있어도
채 영글기도 전에 떨어지기에
애석하고 안타깝지만
알알이 노랗고 빨갛게 영글어 떨어지는 열매는
숭고하고 아름답다.
붉게 물들어 아직 나무에 달린 열매도
이 가을이 끝나기 전
어느 날 소리 없이 떨어지겠지만
아직은 힘차게 나무에 달려
숭고한 생을 노래하고 있었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눈이
단풍잎처럼 물이 들었다.
영근 열매와 함께 내 눈이 가을이 되었다.
가을 같은 생의 거리를
여전히 한 맘으로 한 길을 걷고 있는 나도
때가 되면 그 거리에 소리없이 떨어질 텐데
내가 영글어 떨어진 열매를 바라보면서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느꼈듯이
당신도 미래의 어느 날 떨어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렇게 느낄 수 있게
가을이 깊어가는 오늘도
노랗고 붉게 영글어 가는 시간 속으로
한걸음 또 한걸음 숭고하게 걸어 들어간다.
(금, September 22,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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