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위를 걷다(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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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당신>
오늘도 만남에 대한 기대를 품고 당신에게로 갑니다. 당신도 같은 마음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가는 길에 꽃집에 들러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는 예쁜 화분 두 개를 샀습니다. 지금의 조그마한 공간이 당신의 삶의 자리가 된 지 이제는 조금 되어갑니다. 몸도 자유롭지 못해 적잖이 힘이 들고 답답할 텐데도 잘 지내와서 감사합니다. 당신을 만나러 갈 때면 지난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스칩니다. 그 영상 속에는 아름답고 헌신적인 당신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당신의 그 따스한 모습을 내 마음에 포근히 담고 갑니다. 종종 그 모습을 되새기기도 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시간 속에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해섭니다. 오늘도 당신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참 좋습니다.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반갑게 만날 수 있어서 참 감사..
2023.12.25 -
<비와 갈색 겨울 잎>
비가 촉촉이 내리는 어느 겨울 아침 가을이 떠나간 지 벌써 한참이나 되었음에도 적잖은 갈색 잎들 머잖아 떨어지겠지만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떠나지를 못하고 여전히 겨울나무에 달려 있다. 지난 며칠 화사한 날들 찬바람을 맞으며 몸을 흔들어 대더니 오늘은 비에 젖어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다. 이 비 그치고 햇살 다시 비치면 그나마 다시 몸을 좀 펴겠지만 지금은 꽤 쓸쓸해 보이다 못해 처량해 보이기도 한다. 또 한 해를 적적히 떠나보내는 어떤 이의 마음을 보는 듯하다. 그런 잎마저도 없는 앙상한 가지들에는 빗방울이 맺혀 그 앙상함을 덜어주고 있다. 그마저도 스치는 바람이 가지를 살짝 건드리고 가니 대지를 향해 사정없이 몸을 내던진다. 떨어짐은 모든 실존의 운명이다. 생의 어느 비 내리는 날 그 운명은 비수처럼 ..
2023.12.24 -
<잠과 잠 사이의 풍경>
간혹 바람의 뒤척임 소리에 잠에서 깨면 다시 잠 속에 잠기려고 애쓰다가 안 되면 포기하고 잠자리에서 그냥 일어난다. 그리고는 등불을 켜지 않고 조용히 창가 책상에 앉아 잠시 가로등이 어둠을 환하게 밝히는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본다. 나뭇가지에 걸려 애처롭게 버둥거리는 바람 몇 줄기 눈가에 와 닿는다. 아직 어두운 밤인데 내가 잠 못 이루는 것처럼 가지는 바람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끊임없이 날갯짓한다. 한동안 그렇게 창밖으로 시선을 던지고는 밤의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면 다시 몸이 나른해진다. 그러면 살며시 잠자리에 든다. 꼭 꿈을 꾸는 것 같은 느낌으로 잠 속으로 다시금 여행을 떠난다. 한밤중 자다가 깬 잠깐의 몽상 같은 시간도 내게는 소중한 삶의 과정이라서 그 나름으로 의미가 있다. (목, Decem..
2023.12.23 -
<관객의 연주>
메시아 공연- 거리에 어둠이 짙게 내리는 시간 콘서트홀 내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는 두 눈을 무대에 고정하고 창문을 열듯이 귀를 사르르 열었다. 탁월한 지휘자의 손놀림에 맞춰 악기 연주자들이 능숙하게 연주한다. 합창단원들이 아름답게 노래한다. 저마다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연습의 결과다. 콘서트홀 전체를 가득 메우는 그들의 열정적인 연주와 노래를 들으며 시간 내내 몰입한다.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아름다운 겨울밤이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나는 음악회의 관객이다. 그래서 귀를 기울여 즐겁게 관람한다.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 자기 역할에 맞게 잘한다. 보기에도 좋고 듣기에도 참 좋다. 그런데 음악회의 관객인 나도 인생에서는 연주자다. 내 인생의 연주자! 그런데 인생에는 연습이 없다. 매일 매 순간 즉..
2023.12.22 -
<바람과 함께>
시시때때로 임의로 부는 바람 그 바람이 불면 늘 마음이 즐거워진다. 잔잔하면 잔잔한 대로 강하면 강한 대로 바람이 불면 좋다. 바람은 변화이고 안주하려는 마음을 사방으로 흔들어놓기 때문이다. 시시때때로 임의로 부는 바람 그 바람이 불면 그 어딘지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가고 싶다. 그러나 이미 불어와서 그 곳으로 갈 수 없기에 그 마음 그냥 바람에 싣는다. 그리고 그 어딘지 바람이 불어 가는 곳으로 가고 싶다. 그래서 바람이 불면 서둘러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바람 따리 길을 나선다. 바람을 맞으며 바람과 함께 발걸음 가볍게 즐거운 마음으로 걷는다. 바람은 좋은 친구다. (수, December 13, 2023: mhparkⒸ2023)
2023.12.14 -
<길 가기의 여러 모습들>
길을 걸어갑니다. 어떤 이는 걷다가 장애물을 만나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길을 걸어갑니다. 그 길이 한 길로만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길을 걸어갑니다. 어떤 이는 걷다가 두 갈림길을 만납니다. 잠시 멈추어 서서 생각하다가 한 길을 선택하고 걸음을 이어갑니다. 길을 걸어갑니다. 어떤 이는 걷다가 세 갈림길을 만납니다. 잠시 멈추어 서서 깊이 생각하다가 한 길을 선택하고 걸음을 이어갑니다. 길을 걸어갑니다. 어떤 이는 걷다가 길이 막힙니다. 그래서 막힌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며 고민합니다. 그렇게 고민하는데 옆길이 보입니다. 그 길로 걸음을 이어갑니다. 길을 걸어갑니다. 어떤 이도 걷다가 길이 막힙니다. 그래서 막힌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며 고민합니다. 아무리 고민해도 길이 보이지 않기에 뒤돌아서서 다른 ..
2023.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