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위를 걷다(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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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나무와 나>
어느 집 널찍한 앞뜰에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뿐인 몇 그루 늦가을 나무 하늘을 보며 쓸쓸히 서 있다. 나도 잠시 가만히 서서 말 없이 나무들을 바라본다. 나뭇가지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내 눈동자에 맺힌다. 한순간, 쌀쌀한 바람이 스쳐 간다. 잔잔하던 앙상한 가지들이 나뭇잎 대신 바람에 흔들린다. 부드럽게 춤을 춘다. 잎 달린 가지만큼은 못해도 앙상한 가지들이 나름의 춤을 춘다. 부드러운 몸짓으로 늦은 가을을 떠나보내고 바람 따라 짙은 겨울을 부르는 듯 하다.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눈엔. 나무는 계절에 따라 실존의 겉모습이 바뀐다. 늦가을은 그 실존의 본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준다. 나도 생의 계절에 따라 실존의 겉모습이 바뀐다. 간혹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계절은 내 실존의 본모습을 그대로 ..
2023.11.30 -
<기다림은 예술이다!>
농부가 모판에 씨를 뿌린다. 그리고 싹이 나와 모가 어느 정도 자라면 그것들을 뽑아서 물이 가득한 논에 줄을 맞추어 가지런히 그 모를 심는다. 그런 다음에 그것들이 잘 자라도록 봄과 여름에 열심히 가꾼다. 그렇게 일하다가 잠시 쉬면서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것들을 바라보는 농부의 눈과 마음에는 희망이 솟고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가을에 있을 수확의 기쁨을 생각한다. 그 마음이 있기에 어렵고 힘들고 긴 수고의 시간과 과정을 견딘다. 그것이 농부의 마음의 상황이다. 그럼에도 진정으로 희망을 만나고 수확의 기쁨을 맛보려면 가을까지 기다려야 한다. 뿌림과 거둠의 과정에 기다림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분명 수확은 가을의 시간의 문제이다. 가을까지 기다려야 수확을 할 수 있다. 그 중간에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 ..
2023.11.28 -
<누구나 아프다>
당신의 커다란 눈에서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본다. 눈물이 흘러내린 자리에 남는 희미한 자국에는 당신의 아픔이 짙게 머문다. 그 깊은 아픔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어서 내 마음도 함께 아프다. 살다 보면 인생길 오래 걷다 보면 누구나 가슴 한편에 그리움을 담고 살듯이 아픔도 담고 산다. 누구나 인생에는 지울 수도 없고 지워지지도 않는 아픔이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그런 아픔은 굳이 지우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품고 사는 것이 지혜다. 아픈 가슴 그냥 가만히 끌어안고 토닥토닥 달래면서 함께 걷는 것이다. 그렇게 걷다 보면 세월이 흐르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아물어 갈 테니 지금은 몹시 아프고 슬퍼도 가끔은 하늘을 보며 한걸음 또 한걸음 밝은 내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자. (일, November 2..
2023.11.27 -
<선물 만남>
내 인생길에서 너와의 만남은 내게 쓰기가 아까워 그냥 두고서 오래오래 보고 싶은 값진 선물이다. 너와 나는 때가 되면 떨어져 낙엽 되는 잎들 같지 않고 가지 같이 사계절 나무의 일부다. 그래서 깊고도 오래 서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 너는 내게 그런 의미이고 나도 너에게 그런 의미이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서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두고두고 그립고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만남이어서 좋다. 나는 특별한 선물 같은 그런 만남이 좋다. 선물 만남! (일, November 26, 2023: mhparkⒸ2023)
2023.11.26 -
<그대 떠난 빈자리에는>
여름 내내 머물던 배들이 모두 집을 찾아 떠나 텅 빈 작은 부두는 늦가을이 되면서 어딘가 쓸쓸해 보인다. 쌀쌀한 바람에 어둠이 깃들어서 그런지 쓸쓸함에 적막하기까지 하니 더 쓸쓸하게 느껴진다. 그나마 밤이 깊어가도 배들이 머물던 자리에 작은 불빛들이 반짝이며 배들의 빈자리를 채우니 부두는 쓸쓸해도 그럭저럭 견딜 만하다. 더욱이 언제나 거기 그 자리에 있는 부두 곁의 정겨운 찻집이 그 허전함을 적잖이 덜어준다. 찻집 창문으로 새어 나오는 은은한 불빛의 온화함은 향긋한 커피 향만큼이나 감미롭게 느껴진다. 쓸쓸해 보이는 부두에 짙은 포근함을 덧입힌다. 호숫가의 어둠이 짙어가듯이 세월의 폭이 굵어지고 생의 계절이 늦가을을 지나 겨울로 향할 때 내 마음의 부두에 머무는 배들이 하나둘 떠나가더라도 부두 곁에 찻집은..
2023.11.26 -
<기다림>
또 하루가 저물어가는 황혼녘 해가 수평선 너머로 지고 어둠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시간 하늘의 구름도 호수도 아름답게 물들이는 붉은 노을을 맞으며 한 사람이 호수에 섰다. 잠시 후 잔잔한 붉은 호수에 낚시대를 드리운다. 그리고 조용히 물고기를 기다린다. 한참을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도 호수는 잔물결만 일렁일뿐 낚싯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래도 낚싯꾼은 움직임 없이 낚싯봉을 응시하며 차분히 기다린다. 한폭의 그림같은 호숫가 황혼녘 낚싯꾼의 뒷모습이 내 마음을 끌어당기고 나의 시선을 고스란히 사로잡는다. 이런 풍경 이런 기다림은 낭만을 느낄 수 있어서 보기 참 좋다. 기다림은 흐르는 시간 위에 마음을 띄우고 고즈넉이 목표를 향해 노를 저어가는 희망의 능동적 몸짓이다. 그래서 행동하는 기다림은 희망과 이룸의 ..
202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