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갈색 겨울 잎>
2023. 12. 24. 02:43ㆍ생각 위를 걷다
비가 촉촉이 내리는 어느 겨울 아침
가을이 떠나간 지 벌써 한참이나 되었음에도
적잖은 갈색 잎들
머잖아 떨어지겠지만
아직 미련이 남았는지 떠나지를 못하고
여전히 겨울나무에 달려 있다.
지난 며칠 화사한 날들
찬바람을 맞으며 몸을 흔들어 대더니
오늘은 비에 젖어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다.
이 비 그치고 햇살 다시 비치면
그나마 다시 몸을 좀 펴겠지만
지금은 꽤 쓸쓸해 보이다 못해
처량해 보이기도 한다.
또 한 해를 적적히 떠나보내는
어떤 이의 마음을 보는 듯하다.
그런 잎마저도 없는 앙상한 가지들에는
빗방울이 맺혀 그 앙상함을 덜어주고 있다.
그마저도 스치는 바람이
가지를 살짝 건드리고 가니
대지를 향해 사정없이 몸을 내던진다.
떨어짐은 모든 실존의 운명이다.
생의 어느 비 내리는 날
그 운명은 비수처럼 돌연 찾아온다.
그러니 떨어지기 전에
생의 모든 날에 맑은 날이든 궂은날이든
힘차게 날갯짓하며 생을 맘껏 노래하여라.
(토, December 23,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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