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연주>

2023. 12. 22. 00:10생각 위를 걷다

메시아 공연-
거리에 어둠이 짙게 내리는 시간
콘서트홀 내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그리고는 두 눈을 무대에 고정하고
창문을 열듯이 귀를 사르르 열었다.
 
탁월한 지휘자의 손놀림에 맞춰
악기 연주자들이 능숙하게 연주한다.
합창단원들이 아름답게 노래한다.
저마다 타고난 재능과 끊임없는 연습의 결과다.
 
콘서트홀 전체를 가득 메우는
그들의 열정적인 연주와 노래를 들으며
시간 내내 몰입한다.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아름다운 겨울밤이 그렇게 깊어가고 있었다.
 
나는 음악회의 관객이다.
그래서 귀를 기울여 즐겁게 관람한다.
오케스트라 단원 모두 자기 역할에 맞게 잘한다.
보기에도 좋고 듣기에도 참 좋다.
 
그런데 음악회의 관객인 나도
인생에서는 연주자다.
내 인생의 연주자!
 
그런데 인생에는 연습이 없다.
매일 매 순간 즉석에서 연주해야 한다.
그래서 실수가 잦다.
 
오랜 시간 연주해 오고 있음에도
능숙하지 못하고 여전히 서툴다.
아마추어다.
 
그래도 연주자다.
연주해갈수록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다.
 
오늘도 나는 어제처럼
내 인생 지휘자의 예술 같은 손놀림에 맞춰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래도
내 삶을 연주한다.
내 인생을 노래한다.
 
귓가에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온다.
내 삶에서 들려오는 음악이다.
내 연주 소리이다.
(수, December 20, 2023: mhparkⒸ2023)

'생각 위를 걷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와 갈색 겨울 잎>  (2) 2023.12.24
<잠과 잠 사이의 풍경>  (2) 2023.12.23
<바람과 함께>  (0) 2023.12.14
<길 가기의 여러 모습들>  (0) 2023.12.13
<지나간 어제: 그리워함과 아쉬워함>  (0) 2023.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