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위를 걷다(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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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에 담긴 인생잎 추억>
12월을 코앞에 두고 있는데도 집 앞 커다란 은행나무에는 여전히 잎들이 적잖이 달려 있다. 그래도 늦가을답게 그 나무 아래 푸르른 잔디 위에 노란 은행잎들이 낙엽 되어 겹겹이 쌓여있다. 지난여름 푸르던 잎들이 노랗게 물이 들다가 하나둘 떨어지더니 어느덧 수북이 덮여 있다. 그 모습이 예뻐서 잠시 보고 있노라니 사계절 푸르른 잔디처럼 사계절 내내 푸르던 시절의 내 모습이 풀잎에 맺힌 아침 이슬처럼 내 눈가에도 방울방울 맺혀왔다. 푸르른 잎들 돋아나 노랗게 물들고 은행 열매 무르익어 주렁주렁 달리던 은행나무 그 밑에서 신나게 놀다가 짙은 구린내 풍기는 은행 열매 떨어지면 주워다가 모닥불에 구워 껍데기 벗기고 까먹던 푸르던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물끄러미 낙엽 되어 잔디 위에 누워있는 노란..
2023.11.24 -
<가을 기쁨>
그리 넓지 않은 길을 따라 조용히 걷다가 잠시 멈추어 서서 약간 고적해 보이는 늦가을 나무 곁에 한 그루 나무처럼 나란히 선다. 점점 더 멀어져 가는 이 가을의 마지막 길목에서 그것도 겨울로 가는 늦가을의 끝자락에 아직 나뭇가지들에 조금 남아 있는 단풍잎들의 부드러운 몸짓에서 여전히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내 곁에 말없이 우두커니 서 있는 잎이 떨어져 앙상한 나무 그 가지들 사이로 지난봄과 여름 내내 푸르던 잎들이 나의 눈가에 푸르게 스쳐 지나간다. 이미 낙엽이 되어 바람 따라 길가 여기저기로 뒹구는 떠돌이 운명이 되었지만. 그래도 지난봄과 여름을 고이 간직하고 있는 가을의 나무들은 스쳐 가는 바람을 맞으며 쓸쓸히 서 있어도 그 나름으로 의미이다. 가을의 빈 들판이 의미 있는 것은 지난봄과 여름의..
2023.11.22 -
<당신과 나의 의미>
당신은 나의 의미입니다. 당신은 내 삶의 토대이고 힘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깊은 침묵은 내게 기다림이고 고독이고 아픔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나타남은 내게 경이이고 당신의 속삭임은 내게 전율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움직임은 내게 희망이고 당신의 발걸음은 내게 기대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다가옴은 내게 설렘이고 당신의 목소리는 내게 환희입니다. 그래서 당신의 한마디는 내게 미래이고 당신의 뒷모습은 내게 행로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내게 주어진 하룻길 여전히 가야 할 그 끝이 있는 길을 당신과 함께 걸어갑니다. 그렇게 당신은 나의 의미이고 나의 전부입니다. (월, November 20, 2023: mhparkⒸ2023)
2023.11.21 -
<나의 추억인 너>
저절로 감상에 젖게 되는 늦가을 오후 느지막이 편안한 맘으로 집으로 향하기 전 잠시 학교 앞 호수에 홀로 섰다. 해는 이미 잠이 들고 달과 별은 아직 깨지 않은 한밤중 같은 초저녁 대지에도 호수에도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늦가을 스치는 바람결에 갑자기 가지에서 뚝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조용히 내리는 어둠을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니 저편 하늘이 눈에 가까이 다가왔다. 메마른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는 것처럼, 칠흑 같은 검은 구름 짙게 드리운 하늘에 푸르게 미소 짓는 얼굴도 있었다. 검은 구름 하늘을 그대로 끌어안는 호수에도 파도가 잔잔한 바람 따라 일렁이며 쉴새 없이 제방으로 밀려와 포말을 일으키며 하얗게 부서졌다. 그렇게 스치는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뿐히 일렁이는 파도의 몸놀림을 보노라니 윈..
2023.11.19 -
<물과 거품: 거품보다 물>
작은 계곡 조그마한 목포에서 끊임없이 물이 떨어지고 있다. 물이 힘차게 떨어지며 멋진 거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물거품. 잠시 물끄러미 서서 떨어지는 물을 바라본다. 활기차게 이는 물거품을 바라본다. 하지만 일었던 물거품이 이내 사라진다. 물 속에 잠기며 다시 물이 된다. 물거품은 실체가 아니라 떨어지는 물의 현상이고 그 일부이기 때문이다. 인생길 걸으며 무언가 열심히 하다 보면 잘 안 될 때도 있지만 잘 될 때도 있다. 잠시 일에 거품이 일 때가 있다. 성공이란 일거품. 그로 인해 주변에서 적잖은 칭찬과 박수를 받을 때가 있다. 인기를 얻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거품도 금방 사라지고 만다. 그 모든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인기도 권력도 부도 명예도 물거품같이 실체가 아닌 허망한 것이다. 물..
2023.11.18 -
<늦가을 호숫가의 밤 그리고 밤>
어둠이 일찍 깃든 늦가을 초저녁 걷기도 하고 마음에 쉼을 줄 겸 해서 가까운 호숫가를 찾았다. 바람은 거의 잠이 들었는지 짙은 어둠만 잔잔한 호수를 포근하게 덮고 있었고 인적이 거의 끊겨 조용하기만 한 호숫가 산책로를 가로등 불빛만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길을 가로등의 특별한 환대를 받으며 은은한 불빛을 벗 삼아 천천히 함께 걸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걸으며 간간이 호수를 보는데 한 무리의 오리들이 삼삼오오 어둠 속에서 즐겁게 노닐고 있었다. 길 위에 쓰인 산책 거리 표시 숫자를 보면서 조금씩 앞으로 걸어가는 사이 낭만 가득한 늦가을 호숫가의 밤을 함께 느끼고 싶어서인지 서너 사람 스쳐 지나갔다. 어두운 하늘에는 별 몇 개가 빛나고 있었고 비행기가 불빛을 반짝이며 ..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