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거울 같은 밤의 호숫가에서>

2024. 1. 1. 00:50생각 위를 걷다

어느덧,
겨울이 구수하게 익어가는
십이월의 끝자락에 이른 시간-
 
지나가는 길에
차가운 바람을 상큼하게 맞으며
옷깃 살짝 여미고는
잠시 호숫가에 발걸음을 세웠다.
 
별빛 하나 없는 어두컴컴한
회색 구름 짙은 하늘은
희망을 잃어버린 이 시대
어떤 이의 우울한 마음 같고
어둠이 짙게 내린
잔잔한 밤의 호수는 은빛 거울 같다.
 
거울 같은 밤의 호수는
어둠을 밝히는 주변 불빛들을 그대로 품고는
다시금 세상으로 되돌린다.
 
밤이 깊어갈수록
무지갯빛같이 다채로운
호수에 어리는 어여쁜 불빛들이
잔잔하게 부는 겨울 바람결 따라
물결이 부드럽게 일렁일 때
추운 듯 쉬지 않고 춤을 춘다.
 
바람결과 물결이 화가처럼
밤의 호수를 아름답게 만든다.
내 마음에 정겨움을 선사한다.
 
호수에 비친 불빛 가닥들을
차가운 바람 맞으며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어느덧,
음악 같이 넘실거리는 물결 따라
내 안에도
또 하나의 은빛 같은 밤의 호수가
흐르는 구름처럼 펼쳐진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스쳐 지나가고 있다.
그렇게 겨울이 깊어 가고 있다.
그렇게 나도 무르익어 가고 있다.
(일, December 31, 2023: minheeparkⒸ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