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과 하얀 밀가루 그리고 잔디와 쑥>
2024. 1. 2. 12:35ㆍ생각 위를 걷다
이공이사 새로 바뀐 해의 첫날
딱 일 년간 머물다가 떠나갈
새로운 손님으로 세상에 찾아온 해를
깜짝 축하라도 하듯이
하얀 눈이 예쁘게 내렸다.
아침에 보니
그 눈이 겨울 속 잔디 위에
적잖이 쌓여있다.
쌓인 그 눈 위로 잔디가
푸르스름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모습이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어린 시절 봄이 되면
길가나 논둑이나 들판 여기저기에
봄나물들이 돋아났다.
그중에 쑥이 있었다.
쑥이 돋아나면
어머니는 쑥을 잔뜩 뜯어다가
깨끗이 씻은 후
널따란 쟁반에 죽 펼치고는
그 위에 밀가루를 죽 뿌리셨다.
그리고는 얼마간 솥에 넣고 찌면
아주 맛있는 간식이 되었다.
때론 그것으로 쑥개떡을 만들어주셨다.
푸르른 잔디 위에
하얗게 쌓인 눈이
푸르른 쑥 위에
하얗게 뿌려진 밀가루가 같아서
그 어린 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잔디는 푸르른 쑥
하얀 눈은 하얀 밀가루 같았다.
그립다.
그 시절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진다.
그 시절 그 아름다운 추억이.
(월, January 1, 2024: minheepar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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