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추위, 마음의 추위 그리고 존재의 추위>
2024. 1. 7. 15:50ㆍ생각 위를 걷다
차가운 겨울바람 거리를 채우는
어느 쓸쓸하게 느껴지는 오후에
두툼한 가방을 멘
삼십 대로 보이는 호리호리한 여성이
겨울 점퍼에 달린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부는 바람 따라 흔들리는
앙상한 겨울나무 가지처럼
몸이 자꾸 이리저리 흔들렸다.
핏기 없는 얼굴에
초점을 읽은 듯한 눈은 졸린 듯 보였고
불안한 몸짓에 춥다고 중얼거리면서
한참을 이 주머니 저 주머니를 뒤지다가
지폐 한 장을 꺼내더니
담배 한 갑과 초콜릿 2개를 샀다.
그리고는 곧바로 나가지를 못하고
쓰러질 듯 불안하게 몇 번이고 몸을 젖히다가
무언가를 중얼거리면서 밖으로 나갔다.
언뜻 보기에도 대낮부터 약에 취한 것 같았다.
그런 그녀를 보는데
몸도 추워 보였고 마음도 추워 보였다.
그리고 존재도 추워 보였다.
몸의 추위는
겨울이 지나면
소리 없이 떠나고
다시금 따스함을 느낄 수 있지만
마음의 추위는
비어 있는 가슴에
겨울이 다 지나가도
계절에 상관없이 머물면서
끊임없이 허무를 토해낸다.
그리고
존재의 추위는
의미를 잃어버린 삶에
늘 따라다니며
실존을 더욱 춥게 한다.
한 번뿐인 인생
다르게 살 수도 있을 텐데
몸도 마음도 그리고 존재도
춥게 사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이란 무엇인가?
왜 저렇게 사는 걸까? 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금 던졌다.
(토, January 6, 2024: minheepar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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