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위를 걷다(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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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아침을 거닐다>
또 하루가 사르르 문을 열고 살며시 걸어오는 이른 아침 산책길에 오가는 사람들의 활기찬 발걸음 거기에 내 발걸음도 보탠다. 푸르른 풀들 푸르른 나뭇잎들 그 사이로 걸어가다 보면 그 푸르름 내 살갗에 와닿고 내 안으로 스민다. 내 마음 금방 푸르른 마음이 된다. 푸르른 풀 내음 푸르른 나뭇잎 내음 내 안으로 스밀 때 내 생각에도 스민다. 내 생각 금방 푸르른 생각이 된다. 청아한 새들의 노랫소리 싱그러운 아침햇살 나뭇가지 나뭇잎 사이로 내리는 아름다운 시간 내딛는 걸음걸음 멜로디가 되고 한 편의 시가 되고 한 편의 노래가 된다. (금, May 24, 2024: mhparkⒸ2024)
2024.05.24 -
<작은 세계>
아침 산책길 걷다 보면 내 눈길을 사로잡는 길가 풀숲에 그리 존재감 없게 피어 있는 작은 들꽃들을 보게 된다. 널따란 들과 산에 더 널따랗고 큰 세상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보잘것없는 아주 작은 세계다. 그래도 그들 나름의 고유한 세계다. 나름의 고유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짧은 한 계절이나마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 당당하게 생을 노래하다가 조용히 사라져간다. (수, May 22, 2024: mhparkⒸ2024)
2024.05.23 -
<눈물의 마음>
가끔 마음이 눈물을 냅니다. 그러면 눈이 눈물을 흘립니다. 어떤 때는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아 눈을 지그시 감으면 마음은 더 많이 눈물을 냅니다. 눈은 눈물 송이를 쏟아냅니다. 어느덧 창가에 빗물이 흘러내리듯이 얼굴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립니다. 험한 세상에서 살다 보면 때때로 눈물이 날 때가 있습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마음이 눈물을 내면 참지 않고 그냥 주저 없이 눈으로 흘립니다. 마음이 울고 싶어서 내는 눈물인데 꾹 참는 것은 마음을 외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눈물은 자기 마음의 표현입니다. 일종의 대화입니다. 대화는 막힌 관계를 여는 열쇠입니다. 눈물을 흘리다 보면 마음과 깊은 대화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얼마간 지나고 나면 마음이 풀립니다. 눈물의 마음이 많이 시원해집니다. (월, M..
2024.05.21 -
<봄 낙엽>
봄 길 걷는데 길 위에 푸르른 잎들이 덩그러니 떨어져 있다. 가을도 아닌데 단풍도 들지 않았는데 갈색으로 바뀌지도 않았는데 이렇게도 일찍 지고 낙엽 되어 거리에 뒹굴고 있다. 이처럼 낙엽은 가을만의 상징이 아니다. 낙엽은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그리고 겨울에도 있다. 그럼에도 봄날의 낙엽은 보기에 적잖이 애처롭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마음에 못다한 날들에 대한 푸르른 잎들의 아쉬움이 스민다. 그렇지만 어쩌랴 그게 모든 죽어가는 생의 모습인걸! 그러하니 어떤 계절 낙엽이 되든지 낙엽이 되기 전에 매일매일 주어지는 생의 날들을 아름답게 노래하며 살아갈 일이다. (월, May 20, 2024: mhparkⒸ2024)
2024.05.21 -
<일개>
좀 더 잘할 수 없어? 나도 마음으로는 남들처럼 아주 멋지게 잘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내게는 그런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게 잘하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종종 속이 많이 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속만 상할 뿐 잘하고 싶은데도 여전히 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잘하지도 못하고 잘 되지도 않는데 그냥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됩니다. 그래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또 다른 내가 이렇게 말합니다. ‘그만두지 말고 그냥 최선을 다하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원래 일개 평범한 인생이 뭐 더 잘하려고 해. 그것은 과욕이야. 그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해도 돼. 그것이면 충분하다고.’ 그래서 내 안의 나의 말대로 오늘도 최선을 ..
2024.05.17 -
<그의 모습 속에서>
찻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앞쪽을 보는데 황토색 벽돌벽에 걸린 액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하나의 액자 안에 네 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주제는 얼음낚시였다. 그중 하나의 그림에 유독 눈길이 갔다. 어떤 중년 남성이 뭔가를 깔고 편안히 앉은 채로 조그마한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고기가 물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조용히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이 마치 인생길 걷다가 힘이 들 때 길가 한쪽 벤치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쉬곤 하는 내 모습 같았다. 그렇게 물끄러미 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느덧 내 마음이 그에게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의 옆에 살며시 앉아 나도 낚싯대를 드리우고 말없이 물고기가 물기만을 기다렸다. 잠시 그렇게 앉아 쉬는데 커피 향같이 평화가 내 마음에 잔잔히 밀려왔다. (..
2024.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