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위를 걷다(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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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의 눈빛>
작은 숲속 철계단 길옆 널따란 언덕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이름 모를 작은 풀들 그 위에 밤사이 내린 영롱한 아침이슬이 구슬처럼 송알송알 맺혀 있다. 아무도 들어주는 이 없지만 찬란한 새 아침을 그저 고즈넉이 노래하고 있다. 그 옆 홀쭉한 작은 나무에 딱따구리 한 마리 날아와 앉더니 밤새 배가 고팠던지 쉬지 않고 나무를 쪼아댄다. 싱그러운 햇살 가득한 이 상쾌한 아침 풀잎마다 맺혀 있는 맑은 아침이슬의 청아한 눈빛이 살며시 내 마음에 다가온다. 홀로 걸으며 맞이하는 아침 내게 주어지는 특별한 선물이다. 그 눈빛 마음에 가득 담고 오늘도 걷는 하룻길! (수, May 27, 2024: mhparkⒸ2024)
2024.05.30 -
<잠깐 쉬었다 갈게요>
저-어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조금만 쉬었다 갈게요. 쉬지 않고 한참을 오래 걷다 보니 온몸이 힘이 드네요. 기다리기 어려우면 그냥 가세요. 잠시 쉬면서 한숨 돌린 뒤에 천천히 뒤따라갈게요. 잠시 쉬었다 가더라도 부지런히 가다 보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 가다가 뒤돌아 제가 보이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그냥 죽 가세요. 가고 있을 테니까요. (월, May 27, 2024: mhparkⒸ2024)
2024.05.28 -
<푸른 아침을 거닐다>
또 하루가 사르르 문을 열고 살며시 걸어오는 이른 아침 산책길에 오가는 사람들의 활기찬 발걸음 거기에 내 발걸음도 보탠다. 푸르른 풀들 푸르른 나뭇잎들 그 사이로 걸어가다 보면 그 푸르름 내 살갗에 와닿고 내 안으로 스민다. 내 마음 금방 푸르른 마음이 된다. 푸르른 풀 내음 푸르른 나뭇잎 내음 내 안으로 스밀 때 내 생각에도 스민다. 내 생각 금방 푸르른 생각이 된다. 청아한 새들의 노랫소리 싱그러운 아침햇살 나뭇가지 나뭇잎 사이로 내리는 아름다운 시간 내딛는 걸음걸음 멜로디가 되고 한 편의 시가 되고 한 편의 노래가 된다. (금, May 24, 2024: mhparkⒸ2024)
2024.05.24 -
<작은 세계>
아침 산책길 걷다 보면 내 눈길을 사로잡는 길가 풀숲에 그리 존재감 없게 피어 있는 작은 들꽃들을 보게 된다. 널따란 들과 산에 더 널따랗고 큰 세상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보잘것없는 아주 작은 세계다. 그래도 그들 나름의 고유한 세계다. 나름의 고유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짧은 한 계절이나마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 당당하게 생을 노래하다가 조용히 사라져간다. (수, May 22, 2024: mhparkⒸ2024)
2024.05.23 -
<눈물의 마음>
가끔 마음이 눈물을 냅니다. 그러면 눈이 눈물을 흘립니다. 어떤 때는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아 눈을 지그시 감으면 마음은 더 많이 눈물을 냅니다. 눈은 눈물 송이를 쏟아냅니다. 어느덧 창가에 빗물이 흘러내리듯이 얼굴에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립니다. 험한 세상에서 살다 보면 때때로 눈물이 날 때가 있습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마음이 눈물을 내면 참지 않고 그냥 주저 없이 눈으로 흘립니다. 마음이 울고 싶어서 내는 눈물인데 꾹 참는 것은 마음을 외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눈물은 자기 마음의 표현입니다. 일종의 대화입니다. 대화는 막힌 관계를 여는 열쇠입니다. 눈물을 흘리다 보면 마음과 깊은 대화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얼마간 지나고 나면 마음이 풀립니다. 눈물의 마음이 많이 시원해집니다. (월, M..
2024.05.21 -
<봄 낙엽>
봄 길 걷는데 길 위에 푸르른 잎들이 덩그러니 떨어져 있다. 가을도 아닌데 단풍도 들지 않았는데 갈색으로 바뀌지도 않았는데 이렇게도 일찍 지고 낙엽 되어 거리에 뒹굴고 있다. 이처럼 낙엽은 가을만의 상징이 아니다. 낙엽은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그리고 겨울에도 있다. 그럼에도 봄날의 낙엽은 보기에 적잖이 애처롭다. 물끄러미 바라보는 내 마음에 못다한 날들에 대한 푸르른 잎들의 아쉬움이 스민다. 그렇지만 어쩌랴 그게 모든 죽어가는 생의 모습인걸! 그러하니 어떤 계절 낙엽이 되든지 낙엽이 되기 전에 매일매일 주어지는 생의 날들을 아름답게 노래하며 살아갈 일이다. (월, May 20, 2024: mhparkⒸ2024)
2024.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