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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 추억>
산책로 따라 걷다가 길가 한쪽에서 어린 시절 추억을 만난다. 따가운 여름 햇살 받으며 조금씩 붉게 익어 가는 뽕나무 열매 시골의 어린 시절 간식거리 많지 않던 때 더운 여름날 삼삼오오 친구들과 함께 길가나 밭 주변 뽕나무 늘어진 가지에 달린 열매 즐겁게 따먹곤 했다. 그러고 나면 손에도 입 주변에도 혓바닥에도 그리고 때로 옷에도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었고 서로 보며 손가락질하면서 마냥 웃어댔다. 시간이 흘러가도 그 시절 추억은 흘러가지 않고 마음속 깊은 곳에 고스란히 남아 나의 오늘을 말없이 노래하고 있다. (금, June 14, 2024: mhparkⒸ2024)
2024.06.15 -
<산책로의 마음을 끄는 장면 세 가지 (2)>
계단을 몇 번 오르내리는 운동을 하고 나면 적잖이 힘이 빠진다. 심장은 힘차게 뛰고 숨은 거칠어지고 다리는 많이 당긴다. 한마디로 몸에 쉼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 계단 운동을 하고는 조금 힘든 몸에 여유를 주고 쉬게 하는 차원에서 나무숲 터널 산책로를 따라 10여 분 걸어갔다가 돌아온다. 그러면 몸도 긴장이 풀리고 편안해진다. 그래서 산책로를 걷는 것이 매우 즐겁다. 게다가 산책로의 분위기가 낭만 가득 멋져서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나의 눈길을 끄는 것들이 몇 개 있는데 그중에 특히 두 개는 걸어갈 때마다 눈에 들어온다. 그중 하나가 산책로를 따라 죽 걸어가다 보면 왼쪽에 언덕 위쪽으로 나 있는 작은 길에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이다. 그 계단 옆쪽 산속..
2024.06.14 -
<산책로의 시선을 끄는 장면 세 가지 (1)>
아침에 건강을 위해 오르내리고 걷는 철계단과 산책로에는 곳곳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 세 가지가 특별하다. 그중 하나는 고목 그루터기와 그 위에서 푸르게 자라고 있는 작은 순들이다. 아마도 그 나무의 줄기거나 다른 곳에서 바람에 실려 날아온 씨들이 우연히 거기에 떨어진 후 자라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 아무튼 그 그루터기는 철계단 바로 옆에 위치해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내 눈에 들어온다. 계단 오르내리기를 모두 마치고 산책로를 걷기 위해 편안한 마음으로 내려오다가 그 앞쪽에서 잠시 발걸음 멈추어 서고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것을 바라보면 이런저런 역설적인 상황이 스쳐 간다. 절망 속의 희망, 역경이나 고난 속의 승리, 죽음 속의 생명 등..
2024.06.13 -
<떠나보냄>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때론 떠나오는 것이 어려운 일이긴 하나 떠나보내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가깝거나 정이 들었다면 그만큼 더 힘이 든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고 내 삶이 짙게 묻어 있는 정든 책들을 떠나보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라는 의 가사를 조금 바꾸어 ‘오랫동안 함께 했던 정든 내 책들아’라고 중얼거려본다. 바쁜 일정 가운데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 많이 하지는 못했으나 다시금 책 여러 권을 스캔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떠나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마음이 그리 편하거나 유쾌하지만은 않다. 책마다 기간이 다르긴 하지만 꽤 오랫동안 함께 한 책들이라서 정이 많이 든 책들이다. 더욱이 대부분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매한 책들인데 어떤 책들은 여..
2024.06.11 -
<우거짐>
여름이 짙어가는 나무숲 터널 산책로 그 길가의 풀잎들과 나뭇잎들 날마다 푸르고 푸르게 우거지고 있다. 햇살을 받으며 비를 맞으며 바람을 맞으며 땅속 영양분을 마시며 푸르고 푸르게 우거지고 있다. 싱그러운 아침 그렇게 우거지는 길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푸르게 걷는 시간 걸으며 생각한다. 생각하며 걷는다. 오늘 하루도 특별하게 선물로 주어진 생의 소중한 시간이다. 내 마음의 숲속 길가에도 생의 나뭇잎들과 풀잎들 푸르고 푸르게 우거지도록 오늘 또 하루를 한걸음 또 한걸음 정성스레 걷는다. (일, June 9, 2024: mhparkⒸ2024)
2024.06.10 -
<인생의 두 신호등>
특별한 일이 있어서 타지에 갔다가 이틀을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게 되었다. 주차장이 없는 숙소를 얻었기 때문이다. 차를 주차하고서 근처의 숙소로 걸어가고 있는데 신호등에 걸려 잠시 멈추어 서게 되었다. 적잖이 더운 날 신호등이 빨리 바뀌기만을 바라면서 그냥 별다른 생각 없이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좌우로 신호등이 눈에 들어왔다. 평시에 운전하거나 걸어갈 때 늘 접하는 신호등이지만 그날은 그 신호등들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멈춤’을 의미하는 원으로 된 빨간색 신호등은 갈았으나 ‘진행’을 의미하는 원으로 된 녹색 신호등은 원이 아닌 녹색 화살표였다. 그렇게 멍하니 서 있는데 인생길을 걸을 때 우리 앞에 켜지는 두 종류의 신호등에 관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신호등이 바뀌었고 길을 건넌 후에 숙소..
2024.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