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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보냄>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때론 떠나오는 것이 어려운 일이긴 하나 떠나보내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가깝거나 정이 들었다면 그만큼 더 힘이 든다. 그런 점에서 보면, 그동안 정이 많이 들었고 내 삶이 짙게 묻어 있는 정든 책들을 떠나보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라는 의 가사를 조금 바꾸어 ‘오랫동안 함께 했던 정든 내 책들아’라고 중얼거려본다. 바쁜 일정 가운데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 많이 하지는 못했으나 다시금 책 여러 권을 스캔했다. 그리고 이제 다시 떠나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마음이 그리 편하거나 유쾌하지만은 않다. 책마다 기간이 다르긴 하지만 꽤 오랫동안 함께 한 책들이라서 정이 많이 든 책들이다. 더욱이 대부분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매한 책들인데 어떤 책들은 여..
2024.06.11 -
<우거짐>
여름이 짙어가는 나무숲 터널 산책로 그 길가의 풀잎들과 나뭇잎들 날마다 푸르고 푸르게 우거지고 있다. 햇살을 받으며 비를 맞으며 바람을 맞으며 땅속 영양분을 마시며 푸르고 푸르게 우거지고 있다. 싱그러운 아침 그렇게 우거지는 길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푸르게 걷는 시간 걸으며 생각한다. 생각하며 걷는다. 오늘 하루도 특별하게 선물로 주어진 생의 소중한 시간이다. 내 마음의 숲속 길가에도 생의 나뭇잎들과 풀잎들 푸르고 푸르게 우거지도록 오늘 또 하루를 한걸음 또 한걸음 정성스레 걷는다. (일, June 9, 2024: mhparkⒸ2024)
2024.06.10 -
<인생의 두 신호등>
특별한 일이 있어서 타지에 갔다가 이틀을 유료 주차장에 주차하게 되었다. 주차장이 없는 숙소를 얻었기 때문이다. 차를 주차하고서 근처의 숙소로 걸어가고 있는데 신호등에 걸려 잠시 멈추어 서게 되었다. 적잖이 더운 날 신호등이 빨리 바뀌기만을 바라면서 그냥 별다른 생각 없이 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좌우로 신호등이 눈에 들어왔다. 평시에 운전하거나 걸어갈 때 늘 접하는 신호등이지만 그날은 그 신호등들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멈춤’을 의미하는 원으로 된 빨간색 신호등은 갈았으나 ‘진행’을 의미하는 원으로 된 녹색 신호등은 원이 아닌 녹색 화살표였다. 그렇게 멍하니 서 있는데 인생길을 걸을 때 우리 앞에 켜지는 두 종류의 신호등에 관한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잠시 후 신호등이 바뀌었고 길을 건넌 후에 숙소..
2024.06.09 -
<덤 미소>
아침 산책길 군데군데 피어 있는 꽃들이 늘 웃고 있지만 오늘따라 봐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유난히 환하게 웃고 있다. 아침에 보면 아침 꽃 점심에 보면 점심 꽃 저녁에 보면 저녁 꽃 아침에 웃으면 아침 웃음 점심에 웃으면 점심 웃음 저녁에 웃으면 저녁 웃음 꽃의 얼굴은 언제나 미소다. 빨간 미소 노란 미소 보라 미소 분홍 미소 하얀 미소 그 미소 얼굴을 바라보노라니 다채로운 미소가 내 마음에 짙게 묻는다. 마음 미소 덤 미소 (금, June 7, 2024: mhparkⒸ2024)
2024.06.08 -
<붙잡음과 보이지 않는 손>
인간의 삶은 붙잡는 과정의 연속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매일 무언가를 붙잡으면서 살아간다. 아침에 이불을 붙잡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옷을 붙잡고 수저와 젓가락과 그릇을 붙잡고 신발을 붙잡고 그 외의 여러 물건을 붙잡는다. 이처럼 우리는 붙잡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우리의 손은 붙잡는 도구이면서 붙잡음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손으로만 붙잡는 게 아니다. 우리의 마음으로도 붙잡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손의 붙잡음은 마음의 붙잡음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붙잡으려는 마음이 있어서 실제로 손으로 붙잡는 것이다. 마음의 붙잡음과 손의 붙잡음은 그렇게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마음의 붙잡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행동은 대부분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2024.06.07 -
<늘 하던 대로: 꾸준함과 일관성의 중요성>
아침에 눈을 뜨고 곧바로 평소 하던 대로 운동 겸 산책하러 가려고 하는데 창밖을 보니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이럴 때는 순간적으로 고민이 생긴다. ‘갈까 말까? 비도 오는 데 오늘은 가지 말까? 집에서 그냥 근력운동만 할까?’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은 귀찮은 마음이 많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내 앞에 가지 않아도 되는 합리적인 이유와 변명거리도 놓여 있다. 그러나 잠시 그런 머뭇거림이 생기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는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고 하면 되잖아!’ 그래서 곧바로 집을 나와 늘 가는 곳으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비가 내리는데도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들, 뛰는 사람들,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우산을 쓰고 걷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우산을 펴고 늘 하던 대로..
2024.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