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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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주막>
책은 마음의 깨달음이고 마음의 힘이고 마음의 위로이고 마음의 쉼이다. 그래서 책 속을 거닐다 보면 마음이 밝아지고 마음이 생생해지고 마음이 따스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책이 있어서 그나마 마음이 길을 찾을 때 갈 곳이 있다. (월, July 1, 2024: mhparkⒸ2024)
2024.07.02 -
<비가 와도 해라: 비가 오는 날 산책로의 아침 풍경>
눈을 뜨니 아침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좀 귀찮고 불편해서 비를 핑계 삼아 안 가도 되는데’라고 잠시 조금 고민했지만 그래도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고등학교 시절 한 수학 선생님이 ‘뜻을 정했으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꽃이 피든 낙엽이 지든, 덥든 춥든 핑계를 대지 말고 같은 마음으로 해라’고 하셨던 말씀을 되새겼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우산을 쓰고 계단을 오르는데 꼭대기에 거의 이르렀을 때쯤 지난번에 봤던 산딸기들이 열려 있는 산딸기나무 잎들 사이로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고개를 쑥 내밀었다. 그러더니 산딸기를 따서 입에 넣고는 오물거리면서 아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지난밤의 허기진 배를 열심히 채우는 것이었다. 비가 오는데도 다람쥐도 생존을 위해 자기가 해야 할..
2024.06.30 -
<어떤 할아버지>
아침에 계단을 오르내리고 산책로를 걷다 보면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게 된다. 그런 사람 중에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그는 칠십에서 팔십 정도로 보이는 어떤 할아버지이다. 그는 거동이 그리 자유롭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지팡이를 두 개 집고서 천천히 걸어가기 때문이다. 그 할아버지는 멀리서-아마도 집에서부터-걸어오다가 계단 바로 아랫부분이자 산책로의 입구에 이르면 지팡이를 내려놓고 산책로 알림 간판 기둥을 잡고서 잠시 스트레칭을 한다. 그런 다음에 다시 지팡이를 집어 들고서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간다. 그 할아버지가 가는 곳은 한 곳이다. 늘 한 곳을 향한다. 산책로를 따라 죽 걸어가다가 왼쪽으로 골프장의 한 홀 옆으로 나 있는 작은 길을 따라 언덕을 올라간다. 늘 똑같다..
2024.06.29 -
<물결의 크기>
길 위의 작은 웅덩이는 바람이 물어도 파도가 일지 않는다.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은 바람이 불어도 파도가 일지 않는다. 잔잔히 흘러가는 시냇물은 바람이 불어도 큰 파도가 일지 않는다.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은 바람이 불면 작은 파도가 인다. 계곡물, 시냇물 그리고 강물을 삼키고 삼키는 바닷물은 바람이 불면 크고 사나운 파도가 인다. 파도의 크기는 물의 크기와 비례한다. 인생의 파도는 어떤 사람을 대양처럼 만든다. 바람이 불면 그 인생은 더 커지고 강해지고 높아진다. (금, June 28, 2024: mhparkⒸ2024)
2024.06.29 -
<무난한 하루>
싱그러운 아침 햇살 마음 살며시 건드리는 아침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한걸음 또 한걸음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호흡은 점점 거칠어지고 다리는 아파 오고 심장은 빠르게 뛴다. 살아있음을 강하게 느낀다. 힘이 많이 들지만 그래서 좋다. 그렇다고 줄곧 그럴 수만은 없다. 그러면 문제가 생긴다. 인생 한 방에 갈 수 있다. 가벼운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와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천천히 산책로를 걷는다. 얼굴을 살짝 스쳐 가는 선선한 아침 바람이 내 마음에 형용할 수 없는 아주 기분좋은 느낌을 자아낸다. 가볍게 걷는 발걸음 따라 깊은 만족이 온몸으로 번진다. 한순간 이런 바람이 스치는 바람 따라 함께 스쳐 간다. '인생길 걸으며 크게 가슴 뛰는 일이 없어도 헐떡거리며 다리에 힘주어 걸을 일 없이 하루하루 그냥 무난..
2024.06.28 -
<이야기 바람>
바람이 지나다 잠시 머물다가는 산마루에는 바람에 실려 오는 많은 이야기도 함께 머문다. 바람은 세상 이곳저곳 오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들 보따리에 가득 담고서는 가는 곳마다 도란도란 들려준다. 바람은 이야기꾼 스치는 바람에 가만히 귀 기울이면 소곤소곤 들려오는 수많은 이야기 내 마음을 만진다. 그 이야기 속에 그리운 너의 이야기도 있다. 보고파 잠시 산마루에 앉아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리운 너의 모습이 들린다. 오늘은 보고 싶은 너에게 나의 이야기도 함께 실어 보낸다. 너의 집 뒤 산마루에 앉아 나를 생각하다 보면 지나는 바람이 잠시 머물러 내 이야기 들려주고 갈 거다. 그러면 내 모습이 들릴 거다. (수, June 26, 2024: mhparkⒸ2024)
2024.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