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13. 05:39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아침에 건강을 위해 오르내리고 걷는 철계단과 산책로에는 곳곳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 세 가지가 특별하다.
그중 하나는 고목 그루터기와 그 위에서 푸르게 자라고 있는 작은 순들이다. 아마도 그 나무의 줄기거나 다른 곳에서 바람에 실려 날아온 씨들이 우연히 거기에 떨어진 후 자라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 아무튼 그 그루터기는 철계단 바로 옆에 위치해서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내 눈에 들어온다.
계단 오르내리기를 모두 마치고 산책로를 걷기 위해 편안한 마음으로 내려오다가 그 앞쪽에서 잠시 발걸음 멈추어 서고는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편안한 마음으로 그것을 바라보면 이런저런 역설적인 상황이 스쳐 간다. 절망 속의 희망, 역경이나 고난 속의 승리, 죽음 속의 생명 등과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특별히 새싹들을 품고 있는 고목 그루터기를 보면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얻는다. 고목 그루터기가 꽤 큰 것을 보면 나이가 적잖은 몸통이 큰 나무였음이 틀림없다. 오랜 세월 그 숲속에서 자라다가 원치 않더라도 어느 날 어떤 목적을 위해 베임을 당한 것 같다.
그것을 바라다보다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다시금 확인받는다. 이 세상에서 크고 힘 있는 것도 어느 순간 잘리고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이고 무상한 것이다. 잠시 있다가 떠나게 되는 것이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한때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오르고 유명해지고 힘이 있고 잘 나가더라도 잠깐의 그때가 지나면 좌천되거나 잊히거나 잘리거나 약하게 되거나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그것을 늘 기억하면서 겸손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인간은 그럴 정도로 지혜롭지 못하다. 그러다가 망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루터기는 다른 것을 위한 토대 역할을 한다. 실제로, 오래전에 잘린 그 고목 그루터기가 다른 생명을 위한 모판 역할을 하고 있다. 고목 그루터기는 새싹을 위한 영양분을 제공한다. 몸을 줌으로써 다른 몸이 있게 하는 것이다. 일종의 모태와 같은 역할이다. 거기에서 새로운 싹이 돋고 푸르게 잘 자라고 있다. 거기에서 희망을 보고 느낀다. 그것이 바로 내 눈을 사로잡는 이유다.
역설적으로 희망은 실제로 절망의 한가운데서 시작된다. 모든 게 잘되고 좋은 곳에는 희망이란 게 필요 없다. 희망 가운데 희망을 꿈꿀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것 자체가 희망의 실체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희망은 그 반대의 상황인 절망에서만 의미와 가치가 있다. 우리가 절망 가운데 있을 때 가장 필요로 하고 바라는 것이 희망이다. 희망은 절망의 상황을 견디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고목 그루터기 위의 푸르른 새싹이 날마다 나에게 가르침을 준다. 죽은 나무의 그루터기의 상황도 희망을 산출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그 자체가 희망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어려운 상황에 있더라도 현실을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보지 말고 새 생명의 출현을 꿈꾸라고 고목 그루터기가 자기를 바라보는 내게 말하는 것 같다.
그 희망의 마음을 품고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청아한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가끔 길 위에 날아와 앉는 새들이나 길 위를 지나가는 다람쥐를 보면서 나무숲 터널 산책로를 따라 편안히 걷는다. 아침의 상쾌함을 호흡하며 또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에는 낮과 밤이 있듯이 인생에도 낮이 있고 밤이 있다. 그래서 인생에는 어둠이 있다. 그러나 어둠 다음에 낮의 빛이 있다. 태양은 어둠 속에서 나타난다. 낯은 어둠 한가운데서 밝아온다. 어둠은 태양의 빛 한가운데서 사라진다. 우리의 인생에도 그런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우리 인생의 두 면을 고려하면서 자기 길을 충실하고 지혜롭게 걸어가는 것이 좋다.
(수, June 12, 2024: mhpar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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