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의 마음을 끄는 장면 세 가지 (2)>

2024. 6. 14. 22:47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계단을 몇 번 오르내리는 운동을 하고 나면 적잖이 힘이 빠진다. 심장은 힘차게 뛰고 숨은 거칠어지고 다리는 많이 당긴다. 한마디로 몸에 쉼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침에 계단 운동을 하고는 조금 힘든 몸에 여유를 주고 쉬게 하는 차원에서 나무숲 터널 산책로를 따라 10여 분 걸어갔다가 돌아온다.
 
그러면 몸도 긴장이 풀리고 편안해진다. 그래서 산책로를 걷는 것이 매우 즐겁다. 게다가 산책로의 분위기가 낭만 가득 멋져서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나의 눈길을 끄는 것들이 몇 개 있는데 그중에 특히 두 개는 걸어갈 때마다 눈에 들어온다. 그중 하나가 산책로를 따라 죽 걸어가다 보면 왼쪽에 언덕 위쪽으로 나 있는 작은 길에 만들어 놓은 나무계단이다.
 
그 계단 옆쪽 산속으로 나 있는 다른 길에는 계단이 없으나 그 길에는 나무계단이 오르기에 적절하게 놓여 있다. 그 길을 따라 50미터 정도 걸어 올라가면 물이 힘차게 흘러내리는 작은 계곡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길이 끝이 난다. 거기에 도착해서 가만히 흐르는 물을 보고 물소리를 듣다 보면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매일 아침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그 계단이 나오는 지점에 이르면 저절로 내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다. 내가 참 좋아하는 이미지이다. 때때로 걸어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곳을 응시하다 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물끄러미 계단을 바라다보고 있노라면 두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쳐간다. 하나는, 계단은 우리가 언덕이나 높은 곳을 올라가려고 할 때 매우 유익하다는 것이다. 계단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을 쉽게 해주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계단이 없다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 경사나 일기에 따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때 계단은 정말로 든든하다. 실제로 계단을 밝으며 올라가다 보면 참 고마운 존재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다른 하나는, 우리가 언덕이나 높은 곳으로 올라갈 때 계단은 큰 도움이 되지만 우리가 직접 그것을 딛고 올라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계단은 도우미일 뿐 그것을 딛고 올라가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바라보고만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며 어떤 지점에도 이를 수가 없다.
 
우리 인생에도 많은 계단이 있을 수 있고 또 있다. 우리가 인생길을 평평한 길로 걸어가거나 어떤 일을 해가다 보면 언덕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 홀로 힘들게 올라가야 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누군가가 마련해 놓은 뜻밖의 계단이 나오기도 한다. 누군가 또는 무언가 도움이 되는 것이 나오는 것이다.
 
그 모두는 우리가 그 일을 잘해 갈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한다. 우리가 할 일은 그러한 도움을 받으면서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이는 인생의 계단을 하나씩 또 하나씩 힘껏 밟으며 가고 싶은 곳이나 가야 하는 곳을 향해 가는 삶은 힘차고 멋지다. 보기에도 참 좋고 힘이 된다. 누구든 그리고 어느 곳에서든 자기 길을 오롯이 걷는 발걸음은 아름답고 고귀하다.
(금, June 13, 2024: mhparkⒸ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