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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산딸기>
어린 시절 시골에서 살 때 놀이터 삼고 산에서 놀다가 빨갛게 익어가는 산딸기를 만나면 어찌나 기뻤던지. 그날은 배가 호강하는 날이었다. 이제는 따먹지 않지만 그때는 동무들과 함께 맘껏 먹고 나면 동심 가득 부러울 게 없었다. 오늘 아침 계단 옆 숲속 푸르른 잎들 사이에서 군데군데 조금씩 익어가는 정다운 산딸기 무리를 보았다. 저절로 그 시절이 떠올랐다. 얼굴엔 미소가 피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누구 하나 알아주지 않아도 누구 하나 봐주지 않아도 자기 모습 그대로 고유하게 열매를 내고 무르익어가는 산딸기들 대부분 삶은 그렇게 자기 자리에서 자기 열매를 맺으며 살아간다. 작은 숲속 산딸기들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무르익어간다. 세월 따라 그렇게 빨갛게 익어간다. (일, June 23, 202..
2024.06.24 -
<경이>
아침을 싱그럽게 색칠하는 보랏빛 작은 들꽃 몇 송이만으로도 그것을 보는 순간 마음의 둥지에 기쁨이 깃든다. 홀로 걷는 내게 푸르른 나뭇잎의 손짓이 스치는 바람의 속삭임만큼 다정하게 다가온다. 새들의 청아한 노랫소리가 그 손짓에 묻어 내 마음을 부드럽게 건드린다. 푸르른 하늘 저 높이 자유롭게 떠가는 하얀 조각구름들의 부드러운 몸짓도 살며시 내 마음을 만진다. 작은 것들 하나하나에 커다랗게 담긴 존재의 힘찬 경이가 강물처럼 내 영혼에 흘러간다. 잠깐 눈가에 이슬방울 약간 맺힌다. (토, June 22, 2024: mhparkⒸ2024)
2024.06.23 -
<아픔 달램>
사람은 누구나 원하든 않든 크고 작은 삶의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저마다 마음 한편에는 한 줌 그리움이 있는 것처럼 한 조각 외로움이 있는 것처럼 어느 날 인생길 걷다 생긴 삶의 아픔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인생길 걷다 보면 문득문득 그 아픔이 마음을 건드린다. 애석하게도 삶의 아픔은 잊을 수도 없고 퍼내어 버릴 수도 없다. 잊으려고 하면 할수록 마음의 지평으로 더 떠오르고 퍼내어 버리려고 하면 할수록 마음의 샘에 더 많이 차오른다. 그래서 잊으려고 하지 말고 퍼내어 버리려고 하지 말고 상처 난 마음 아픈 삶 그냥 살살 쓰다듬고 달래면서 함께 지내야 한다. 어차피 인생은 아픔을 피할 수 없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갈대 같기 때문이다. (금, June 21, 2024: mhparkⒸ2024)
2024.06.21 -
<달팽이의 아침 나들이: 느려도 전진한다>
간밤에 비가 와서 그런지 아침 산책로 여기저기에 달팽이들이 보였다. 걷던 발걸음 잠시 멈추고 다리를 구부린 채 달팽이 한 마리를 바라다보았다.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달팽이가 집 한 채를 등에 지고 힘겹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속도가 무척이나 느렸지만 조금씩 꾸준히 나아가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다보니 제법 전진했다. 달팽이의 발걸음은 기어가는 것이다. 느림보 거북이가 달팽이와 자기를 비교하는 것을 안다면 대단히 불쾌하게 여기겠지만, 우리가 느림의 대명사로 여기는 거북이보다도 한참이나 느리게 기어간다. 아주 많이 답답하게 여겨지지만 그래도 힘껏 기어서 걸어간다. 달팽이의 움직임이 전진과 진보를 이룬다. 나름의 의미 있는 성취다. 개인적으로 이런 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나에게는 적잖이 힘이 된다...
2024.06.21 -
<청설모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아침에 계단 오르내리기 운동을 마치고 산책로를 따라 걸어갔다가 반환점에서 돌아오는 길 거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렀을 때였다. 갑자기 뒤쪽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평시에도 길 위에 열매들이 떨어지며 소리를 내기에 그러려니 하고 ‘그냥 무시할까’하다가 평소보다 소리가 조금 커서 뒤돌아보았다. 그런데 청설모 한 마리가 길에 비스듬히 누워 있는 것이었다. 금방 지나올 때는 없었는데 곧바로 내 뒤로 나와서 먹이를 먹고 있는 것인가 생각했는데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순간적으로 땅에 떨어진 게 열매가 아니라 청설모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설모가 잠시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들더니 맥없이 앞쪽으로 비틀거리며 몇 발짝 갔고 곧바로 몸을 죽 늘어뜨리고는 그냥 움직이지 않았다. ‘다가가서 한번 볼까?’ 생각하다가 ..
2024.06.20 -
<줌과 받음: 삶의 두 면>
아침에 산책로를 걸으면서 만나게 되는 것 중 하나는 다람쥐다. 큰 다람쥐도 만나고 작은 다람쥐도 만나고 청설모도 만난다. 오늘도 만났다. 특히, 오늘 길 위에는 새끼 다람쥐 한 마리가 길 위에 떨어져 있는 작은 열매들을 주워서 열심히 배를 채우고 있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먹을 것을 열심히 씹어대는 모습을 얼굴에 미소를 담고 즐겁게 보는데 두 가지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하나는, 다람쥐는 인간처럼 심고 가꾸고 거두지도 않는데 이렇게 먹을 것을 넉넉하게 공급받는다는 것이다. 농사의 수고를 하지 않고도 먹을 것을 거저 받는 것이다. 이것을 '공짜, ' '선물' 또는 '은혜'라고 한다. 우리가 매일 인식하지 못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며 살지만 우리 삶에도 이런 ..
202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