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6. 30. 01:41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눈을 뜨니 아침에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은 좀 귀찮고 불편해서 비를 핑계 삼아 안 가도 되는데’라고 잠시 조금 고민했지만 그래도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고등학교 시절 한 수학 선생님이 ‘뜻을 정했으면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꽃이 피든 낙엽이 지든, 덥든 춥든 핑계를 대지 말고 같은 마음으로 해라’고 하셨던 말씀을 되새겼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우산을 쓰고 계단을 오르는데 꼭대기에 거의 이르렀을 때쯤 지난번에 봤던 산딸기들이 열려 있는 산딸기나무 잎들 사이로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고개를 쑥 내밀었다. 그러더니 산딸기를 따서 입에 넣고는 오물거리면서 아주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지난밤의 허기진 배를 열심히 채우는 것이었다. 비가 오는데도 다람쥐도 생존을 위해 자기가 해야 할 일-먹는 일-을 하고 있었다.
바람 따라 살랑살랑 몸을 흔들어 대는 나뭇잎들과 풀잎들이 떨어지는 빗방울에 맞을 때마다 더 힘차게 몸을 흔들어 댔다. 아마도 잎 속 깊은 데까지 떨림이 있을 것이다. 내면의 전율이 있을 것이다. 때론 외부의 자극이 잔잔하거나 무뎌지거나 나태해지는 내면을 깨우기도 한다.
비가 오는데도 나처럼 계단 오르내리기를 하는 사람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런 날도 나만 하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작은 위안을 받는다. 계단에서 내려와서 산책로를 거닐 때도 빗속에서 걷고 뛰는 사람들이 있었다.
특히, 한 무리의 아줌마 부대는 이 날씨에도-그들은 늘 그렇게 한다-뛰고 있었는데, 늘 하던 대로 끊임없이 수다를 떨면서 뛰었다. 뛰는 것만으로도 힘이 많이 들 텐데 거기에 수다까지 곁들이니 정말로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전환점에서 돌아오는데 산책로 옆 골프장에서는 남자 네 명이 골프를 치고 있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도 골프를 치는 것을 보면, 내가 이 날씨에도 운동하면서 걷는 것을 고려할 때 좋아하는 것에 대한 멈출 수 없는 그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갔다.
우산을 썼는데도 비가 오는 날이라서 신발과 양말이 많이 젖었다. 그래도 마음은 좋았다. 비가 오지만 오늘도 나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무슨 일이든, 처음에는 하기가 싫어도 하다 보면 할만하고 마치고 나면 ‘적잖이 힘이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렇게 끝까지 해서 마치게 되어 참 좋다’라는 생각을 품게 된다.
그게 우리의 일이고 상황이고 마음이다. 따라서 자기에게 좋은 일이라면 기왕 할 것 열과 성의를 다해서 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도 자기 좋으라고 하는 것이니까. ‘마음먹은 게 있으면 핑계 대지 않고 같은 마음으로 하는 것’은 발전과 변화의 시작이다.
(토, June 29, 2024: mhpar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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