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아침 나들이: 느려도 전진한다>

2024. 6. 21. 02:28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간밤에 비가 와서 그런지 아침 산책로 여기저기에 달팽이들이 보였다. 걷던 발걸음 잠시 멈추고 다리를 구부린 채 달팽이 한 마리를 바라다보았다.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달팽이가 집 한 채를 등에 지고 힘겹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속도가 무척이나 느렸지만 조금씩 꾸준히 나아가고 있었다. 한참을 바라다보니 제법 전진했다.

달팽이의 발걸음은 기어가는 것이다. 느림보 거북이가 달팽이와 자기를 비교하는 것을 안다면 대단히 불쾌하게 여기겠지만, 우리가 느림의 대명사로 여기는 거북이보다도 한참이나 느리게 기어간다.

아주 많이 답답하게 여겨지지만 그래도 힘껏 기어서 걸어간다. 달팽이의 움직임이 전진과 진보를 이룬다. 나름의 의미 있는 성취다.

개인적으로 이런 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나에게는 적잖이 힘이 된다. 깊은 감명과 영감을 줄뿐 아니라 커다란 자극도 준다. 내면 깊은 곳에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한다.

능력이 많거나 재능이 많거나 외적 조건이 좋은 사람이 어떤 것을 성취할 때 '참 대단하다' 는 생각이 들지만 마음에 깊은 감동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런 능력과 조건이면 당연히 그 정도는 해야지' 하는 마음이 먼저 들지 마음의 울림을 느끼지는 않는다.

반면에 특별한 능력이나 재능이나 외적 조건이 좋지 않음에도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해내는 것을 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깊은 감동을 느낀다. 때론 눈시울이 적셔오기도 한다. 그리고 나도 한번 시도해 봐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달팽이 한 마리로부터 또 다른 깨달음과 자극을 받는다. '저런 미물도 저렇게 애쓰면서 나아가는데 하물며 나는 더 애쓰면서 나아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자문하면서 또 하룻길로 나아간다.
(목, June 20, 2024: mhparkⒸ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