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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면 보이는 것들>
오늘도 이른 아침 시간 나무숲 산책로를 따라 걸어갑니다. 앞을 보며 한걸음 또 한걸음 걸어갑니다. 계속해서 걸어갈 길과 앞서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그러다가 잠시 고개를 돌려 좌우 옆을 봅니다. 늘 그렇게 길옆에 있었지만 앞을 보며 걸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오랜 시간 봐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눈에 가득 들어옵니다. 수많은 들풀이 보입니다. 바람결에 살랑살랑 춤을 춥니다. 그 옆에 홀로 핀 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함께 핀 꽃들도 보입니다. 바라보는 내게 미소를 띄웁니다. 무럭무럭 자라는 나무들도 보입니다. 힘차게 돋아나는 새싹들도 보입니다. 나뭇가지에 달린 작은 열매들도 보입니다. 죽어서 누워 편히 잠을 자는 나무도 보입니다. 그렇게 걷다가 살며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저 높이 ..
2023.03.01 -
<스승과 제자의 대화: 그것의 힘>
선생과 학생, 스승과 제자가 조용한 찻집에 마주 앉았습니다. 그리고 차를 마시며 즐겁게 대화를 나눕니다. 오랜 만에 만나 정답게 안부를 물으며 다정히 말을 이어갑니다. 스승이 물으면 제자가 대답합니다. "잘 지냈어요?" "예, 잘 지냈어요." 제자가 물으면 스승이 대답합니다. "잘 지내셨어요?" "예, 잘 지냈어요." 스승이 이야기할 때 제자가 진지하게 듣습니다. 스승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 배움의 과정에서 겪은 이야기들, 앞으로의 인생길을 걸으며 하고 싶은 일 등을 진솔하게 이야기합니다. 제자가 이야기할 때 스승이 귀 담아 듣습니다. 제자도 지금까지 걸어온 길, 배우고 싶은 것들, 앞으로 걸어갈 길 등을 진솔하게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말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데 스승의 이야기를 듣는 제자의 눈가..
2023.03.01 -
<다짐, 그리고 그것을 끝까지>
오늘 아침에도 건강을 생각하면서 오르고 내려야 할 많은 계단 앞에 섰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날 때 마음에 다짐을 했습니다. ‘오늘도 330계단 힘껏 3번을 온전하게 오르내리자.’ 그리고 가볍게 발걸음을 뗐습니다. 그러나 이내 발걸음이 더해질수록 숨이 가빠지고 두 다리에도 고통이 점점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맨 꼭대기를 생각하고 올라야 할 3번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끝나는 시간을 마음에 그렸습니다. 부득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서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이기에 쉽게 그만둘 수 없습니다. 아니, 그만두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습니다. 작심 3일이 아니라 작심 3번이면 됩니다. 매일 오르내릴 때마다 각각 한번씩 3번 작..
2023.02.28 -
<선택과 시간 사용>
어느 대중가요의 “속절없이 흐르는 게 시간이야”라는 노랫말처럼, 진짜로 흐르는 강물처럼 소리 없이 그리고 유유하게 흘러가는 게 시간이다. 기별 없이 그냥 왔다가 기별 없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게 시간이다. 우리는 아무리 해도 시간에 대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손님은 와서 잠시나마 머물다가 가기라도 하는데, 시간이란 녀석은 야속하고 냉정하게도 잠시도 머물지 않고 그냥 끊임없이 지나가 버린다. 속상하게도 ‘나 바쁘니 잡지 말고 잘 사용하라’거나 ‘나는 사람이 사용하기 나름이다’라고 언질을 주고는 그냥 떠나가 버리는 것 같다. 이렇게 흘러가 버리는 시간을 사용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시간을 한 번에 여러 번 사용할 수 없고 오직 한 번에 한 번의 시간만을 사용할 수 있..
2023.02.28 -
<나무와 작은 가지 하나>
길옆 작은 화단 한복판에 터 잡고 살아가는 이름 모를 나무 그 허리춤에 작은 가지 하나 돋았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힘껏 푸른 날개를 펴고 있다. 가던 길 잠시 멈추고 진한 눈빛으로 응시한다. 그 모습이 활기차다. 한없이 경이롭다. 무뎌지려는 내 마음을 깨운다. 새로운 마음으로 힘껏 다시 발걸음을 뗀다. (수, June 22, 2022; mhparkⒸ2022)
2023.02.27 -
<호수 같아 진 마음>
화려하게 수 놓으며 반짝이던 그 많던 별들도 오늘은 피곤한 듯 모두 잠들어 고요하고 어둡기만한 밤하늘 그 하늘 아래 부둣가의 배들도 편히 쉬고 있는 조용하고 잔잔한 호수 그 위로 간간이 부는 바람만 스친다. 어두움 자정 향해 깊어가는 밤 한 줄기 두 줄기 어둠을 가르며 반짝반짝 호수를 비취던 별들 대신에 오늘은 찻집의 불빛들이 창문을 지나 은은하게 새어 나온다. 별빛보다 더 낭만지게 밤 호수를 비춘다. 어둠 짙어가는 호숫가 한편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물고기가 물기만을 기다리며 호수를 응시하는 낚시꾼의 진지함에 행여나 방해가 되지나 않을까 스치는 바람도 소리를 죽이며 살금살금 지나간다. 낭만 가득한 초여름 밤 호숫가의 정취가 잠시 찻집에 들른 내 발걸음에 향긋하게 머문다. 진한 커피향 찻잔에 은은히 머물듯이..
2023.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