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794)
-
<잎사귀와 열매>
우리 주변에는 많은 나무가 있다. 우리는 나무와 함께 살아간다. 나무는 이 세상과 인간에게 많은 유익을 준다. 그런데 나무를 아름답고 풍성하게 해 주는 것은 가지에 돋아 달리는 잎사귀들이다. 앙상한 나무는 나름의 멋이 있지만, 그러나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앙상한 가지”는, 게다가 그 위에 달린 잎사귀 하나 그것마저 떨어지면 처량하다. 실제로, 나무는 잎사귀들이 풍성해야 좋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나무는 잎사귀들이 풍성해야 좋을 뿐만 아니라 열매들이 있어야 좋다. 그래야 더욱 좋고 바람직하며 이상적이다. 나무를 더 가치 있게 해 주는 것은 분명 열매다.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나무의 경우에 그렇다. 길을 가다가 인상적인 나무 몇 그루를 만났다. 잎사귀들은 몇 개 안 남고 거의 열매만 주렁..
2023.04.16 -
<그런 사람이고 싶다>
때로 삶이 너무 아파서 당신의 깊은 사랑을 다 받아들이지 못할 때에도 나는 여전히 당신의 사랑 받는 '나'이고 싶습니다. 내 삶의 거친 모습들이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할 때에도 석공이 모난 돌을 정성껏 다듬듯이 그 모습들 하나하나 다듬으며 날마다 당신의 부드러움을 닮아가고 싶습니다. 내 꿈이 너무 커져 자꾸 욕망의 거리로 뛰쳐나가려고 할 때 내 마음 한가운데에 다시금 나를 향한 당신의 애절한 사랑을 새기며 당신을 위한 삶 그 하나만을 오롯이 꿈꾸고 싶습니다. 그래서 거친 벌판 한가운데에 피어난 한 송이 들국화처럼 땅에 잠시 머무는 동안 황무지 삶 속에 당신의 순으로 돋아 지쳐 곤한 영혼에게 잠시나마 작은 위로가 되고 싶습니다. (금, April 14, 2023: mhparkⒸ2023) * 예전에 썼던 것..
2023.04.15 -
<버스 정거장 의자와 사람들>
어느 가을 날 오후에 집 근처에 위치한 작은 공원에 홀로 앉아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을 공원의 아름다움에 젖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길 건너 맞은편에 있는 오래된 의자와 버스 정거장 표지판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나무 의자가 다소 낡은 것을 보니, 거기 있은 지 아주 오래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의자는 거기에서 종일 자기에게 다가와 앉을 사람들을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을 기다리는 의자 그리고 거기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러다가 버스가 오면 그들은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의자를 떠나갈 것이다. 길가의 버스 정거장에 자리 잡고 있는 의자는 그렇게 사람들을 맞이하고 떠나보내고 또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다 맞이하고 떠나보낼 것이다. 그..
2023.04.14 -
<산기슭 어느 무덤 옆 들국화>
인적이 끊긴 산기슭을 지나다 문득 어느 잊힌 삶에 이르렀다. 그리고 바로 그 옆에 핀 한 송이 들국화를 보았다. 아름답게 피어서는 그의 벗 되어 그의 황량한 고독을 달래주고 있는 듯했다. 한때는 그도 지금 나처럼 꿈도 있고 삶의 고뇌도 있었을 텐데, 끊이지 않고 흘러가는 세월 속에 이제는 다시 흙이 되어 있구나. 지금처럼 꿈을 꾸며 살아도 나도 언젠가 흙으로 돌아가 지나간 삶이 될 텐데. 세월이 좀 더 흘러 훗날 비록 나도 잊힌 삶이 되어도 우연히 지나던 내가 스쳐가며 당신의 삶을 생각하듯이 나의 잊힌 삶 생각해 주는 이 하나 없더라도 내 곁에 필 한 송이 들국화 그 속에 날리는 향기 내 곁에 머물러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리. (목, April 13, 2023: mhparkⒸ2023) * 예전에 썼던 것을..
2023.04.13 -
<삶은 추억을 그리워한다>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 속에 말없이 묻혀 있던 길이 문득문득 내 생각을 파고든다. 지난 인생길 여러 고개 오르며 내리며 남긴 여러 사연 어느새 나의 뇌리를 떠난 지 오랜데, 뒹굴던 빛바랜 낙엽 하나 내 발길 스치며 내 기억에 작은 파문 하나 일으키고 간다. 날마다 걷는 길 옛 이야기 하나 둘 발걸음에 스쳐 내 생각에 묻어 오른다. 지난 시간들 기억 속에 돋아나고 과거는 소리 없이 나의 오늘 속으로 다가선다. 한걸음 또 한걸음 힘껏 걸어온 길 그 자국마다에 새겨진 진한 아픔마저도 내 모습이다. 지난 시간 모두 내 인생이야기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가면 삶은 언제나 지난 추억을 그리워하는가 보다. (월, April 10, 2023: mhparkⒸ2023) * 예전에 썼던 것을 덧붙여 고쳐 쓰다.
2023.04.11 -
<마음의 날씨>
오늘은 날씨가 맑았지만 내 마음에는 비가 내렸다. 마음의 날씨는 흐렸다. 어제는 날씨가 흐렸지만 내 마음에는 햇살이 비쳤다. 마음의 날씨는 화창했다. 날씨가 흐려 비가 내릴 때면 우산을 펴고 비를 피한다. 날씨가 맑아 화창하면 가슴을 쫙 펴고 빛나는 햇살을 가슴 가득 담는다. 발걸음 가볍게 또 하룻길을 걷는다. 살다 보면, 마음의 날씨가 맑은 날이 있고 흐린 날도 있다. 그래서 맑은 때는 맑은 대로 흐린 때는 흐린 대로 그것에 맞게 살아가는 법을 여전히 배우며 산다. 마음의 날씨를 내 마음대로 조정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마음의 날씨를 고려하며 내가 걸어야 할 인생길을 열심히 걸었다. (목, March 9, 2023: mhparkⒸ2023)
2023.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