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6. 00:07ㆍ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
우리 주변에는 많은 나무가 있다. 우리는 나무와 함께 살아간다. 나무는 이 세상과 인간에게 많은 유익을 준다. 그런데 나무를 아름답고 풍성하게 해 주는 것은 가지에 돋아 달리는 잎사귀들이다. 앙상한 나무는 나름의 멋이 있지만, 그러나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앙상한 가지”는, 게다가 그 위에 달린 잎사귀 하나 그것마저 떨어지면 처량하다.
실제로, 나무는 잎사귀들이 풍성해야 좋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나무는 잎사귀들이 풍성해야 좋을 뿐만 아니라 열매들이 있어야 좋다. 그래야 더욱 좋고 바람직하며 이상적이다. 나무를 더 가치 있게 해 주는 것은 분명 열매다. 열매를 맺을 수 있는 나무의 경우에 그렇다.
길을 가다가 인상적인 나무 몇 그루를 만났다. 잎사귀들은 몇 개 안 남고 거의 열매만 주렁주렁 달린 나무들이었다. 물론, 먹지 못하는 열매들인 것 같았다. 그래도 빨간색의 열매들이 아주 예뻤다.
나뭇잎들이 무성할 때는 열매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열매가 나뭇잎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성했던 잎사귀들이 하나 둘 져갈 때면 그것이 드러나고 그것의 진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깊어가는 가을이 나무에 달린 잎사귀들을 떨구면서 거기에 맺힌 열매들을 드러내고 빛나게 한다.
아름답게 물든 잎들이 져가는 가을에 더욱 빛나는 빨간 열매들. 그 자태가 참으로 예쁘고 고고했다. 그래서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렇게 물끄러미 그 나무 열매들을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내 인생나무에 대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나의 인생나무도 가을이 깊어갈수록 인생의 잎들이 하나 둘 져갈 때 잘 익어 풍성한 열매들이 이 가지 저 가지에서 많은 드러났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봄과 여름에 부지런히 열매들을 맺어가야 한다. 그래야 가을에 풍성한 열매들을 볼 수 있고 거둘 수 있게 된다.
우리의 무성한 잎사귀들이 지고 속살이 드러날 때 열매들도 함께 드러나도록 열매를 많이 맺으며 살아가는 것이 지혜롭고 아름답다. 그런 삶은 나름 멋지고 의미 있는 인생을 산 것이다.
(토, April 15, 2023: mhparkⒸ2023)
* 예전에 썼던 것을 덧붙여 고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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