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14. 00:06ㆍ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
어느 가을 날 오후에 집 근처에 위치한 작은 공원에 홀로 앉아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사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을 공원의 아름다움에 젖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길 건너 맞은편에 있는 오래된 의자와 버스 정거장 표지판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나무 의자가 다소 낡은 것을 보니, 거기 있은 지 아주 오래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의자는 거기에서 종일 자기에게 다가와 앉을 사람들을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을 기다리는 의자 그리고 거기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러다가 버스가 오면 그들은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의자를 떠나갈 것이다.
길가의 버스 정거장에 자리 잡고 있는 의자는 그렇게 사람들을 맞이하고 떠나보내고 또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다 맞이하고 떠나보낼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을 오래도록 맞이하고 떠나보내는 것이 버스 정거장 의자의 일상과 일생이다.
어찌 보면, 우리의 삶은 버스 정거장 의자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오는 사람들을 맞이했다가 떠나갈 때 말없이 떠나보내고 또 맞이하고 떠나보내고 그러기를 반복하다가 언젠가는 우리도 떠나갈 것이다.
맞이함에는 기쁨도 있지만 떠나보내야 하는 슬픔과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그 둘을 다 인정하고 나면 삶에는 움직임과 운동(movement)이 있게 된다. 오늘도 내 삶에 운동을 일으키면서 가슴 벅차게 살고자 노력해야겠다. 가을 공원에 홀로 앉아 물끄러미 버스 정거장 의자를 바라보면서 가져본 생각이다.
(목, April 13, 2023: mhparkⒸ2023)
* 예전에 썼던 것을 덧붙여 고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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