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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소리>
가을, 이 계절이 지나는 자리엔 언제나 앙상한 가지와 대지에 편히 누운 노랗고 빨갛고 갈색 낙엽들만 덩그러니 남는다. 쌀쌀한 바람 며칠 불어오면 이마저 힘없이 뒹굴다가 바람 따라 쓸쓸히 어디론가 사라져갈 게다. 저편으로 조금씩 해가 져가는 시간에 그림 같은 가을 공원 한쪽을 홀로 걸으며 조용히 내딛는 걸음마다 바스락바스락 밟히는 낙엽소리가 가을 속을 걷는 내 귓가에 청아하게 들려온다. 쓸쓸함보다 더 깊은 실존을 느낀다. 잠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벤치에 앉아 조용히 내 앞의 또 하나의 실존을 보며 다정히 한 마디 건넨다. ‘너, 나구나!’ 그렇게 한참을 마주보다가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 한걸음 또 한걸음 내딛는다. 예쁜 낙엽들이 걸음마다 진하게 느껴진다.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2023.05.07 -
<시린 가슴에 새기는 희망>
늦가을이 되기 전 물이 채 들기도 전에 지는 잎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더욱이 잎 스스로 지는 것이라면 더더욱 슬퍼진다. 그리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떨어져야 할 운명인데 굳이 스스로 져야하는가. 곁가지 끝에 간신히 붙어있는 게 말할 수 없이 힘에 겨워도 떨어질 때까지는 조그마한 소리로라도 생의 사계절을 이야기하자. 그리고 겨울이 끝나갈 쯤에 쌀쌀한 바람 한 가닥 삶을 살짝 스치며 지나갈 때 눈물 한 방을 아무도 모르게 살짝 떨구며 조용히 지자. 여름철 그리고 가을철 세찬 비바람 유유히 견디다가 어느 날, 그렇게 져 가자. 그때 홀연히 떨어지자. 허공을 자유롭게 훨훨 날아서 대지에 사뿐히 내려앉자. 그때까지는 그렇게 스스로 지지 말자. 삶이 아파도 아직 가슴에 남겨둔 희망 조각 하나 여전히 우리 시린 가슴..
2023.05.07 -
<오뚝이의 하루>
나는 오늘도 일어선다. 지난 날, 뭇 삶의 우울한 뒤꿈치에 치이던 습한 날들에도 다시 시작하는 몸부림으로 하나 둘 가슴 속 비우던 떨어지는 삶의 아픔에 나는 하염없이 울어야 했다. 어느 날, 한 번은 그냥 모든 것을 단념한 채 영원히 누워버리려고 몸부림쳤지만 내 실존은 나를 계속해서 다시 일으켜 세웠다. 큰 아픔이었고 깊은 절망이었다. 그러나 부재의 고통 속에 마냥 발버둥 쳐야했던 우울했던 날들 그 날들은 과거 속에 묻어두고 이제는 새 존재의 부름 앞으로 더딘 걸음이나마 옮겨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다시금 일어서는 또 하루 내 이름은 오뚝이! (월, May 3, 2023: mhparkⒸ2023) * 예전에 내 삶의 자리에서 썼던(2012/10/29) 수필시를 덧붙여 고쳐 쓰다.
2023.05.06 -
<마음의 봄을 꿈꾸다>
푸른 잔디위에 다소곳이 아름다운 민들레가 몇 송이 피어 있다. 대지위엔 벌써 봄이 찾아와 머물러 있는데, 바람은 아직 겨울의 손을 꼭 붙잡고 길 떠나 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아직 겨울이 머뭇거리며 떠나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봄은 계속 오고 있다. 길고 긴 겨울을 지나 우리 주변처럼 우리 마음에도 푸르게 오고 있다. (수, May 3, 2023: mhparkⒸ2023) * 예전에 내 삶의 자리에서 썼던(1997/05/26) 수필시를 덧붙여 고쳐 쓰다.
2023.05.06 -
<인생의 끝 시간의 관점에서 삶을 생각하기>
세월은 흐를수록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전혀 기력이 쇠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운이 더 강해진다. 그래서 흐를수록 사람들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나이 들어가는 시간(세월)과 더불어서 함께 나이 들어가는데도 사람들은 늙고 기력이 쇠하지만, 시간은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전혀 기죽지 않고 더 의기양양하게 위력을 떨친다. 세월을 이기는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모든 인간은 결국 세월에 지고 만다. 마침내, 흙으로 돌아간다. 그것이 동일하게 흘러가는 세월과 인생의 역설적인 성질이다. 이처럼, 이 세상에 온 사람은 누구나 이 세상을 떠나가야 한다. 오는 인생은 가는 인생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누구도 예외가 없다. 죽음은 인간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모든 사람이 가는 길로 가야 하는 인간은 죽음의 자리에 ..
2023.05.05 -
<비 오는 날이면>
하늘이 한 방울 또 한 방울 내리는 비 오는 날이면 나는 그 곳에 가고 싶다. 창밖으로 스치는 바람에 부딪쳐 창가에 흐르는 빗방울 줄기들이 끊임없이 땅으로 향할 때 대지 깊은 그 곳에 생명의 씨가 땅 위로 힘차게 솟아나온다. 한 줄기 비가 되어 내 마음 적셔오는 옛 이야기 너무나 아쉬운 순간들 그 이야기를 찾아서 나는 그 곳에 가고 싶다 오늘도. 따뜻한 심장 그 고동치는 생의 힘. 아직 살아 있음이 삶의 이유가 되는 이 찰나에 이 순간에 너는 간절히 나를 부르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하염없이 비 오는 날이면 더욱 너의 자취를 찾아서 나는 그 곳에 가고 싶다. (목, May 4, 2023: mhparkⒸ2023) * 예전에 내 삶의 자리에서 썼던(2012/10/27) 수필시를 덧붙여 고쳐 쓰다.
2023.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