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소리>

2023. 5. 7. 08:27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

가을,
이 계절이 지나는 자리엔
언제나 앙상한 가지와
대지에 편히 누운
노랗고 빨갛고 갈색 낙엽들만
덩그러니 남는다.
 
쌀쌀한 바람 며칠 불어오면
이마저 힘없이 뒹굴다가 바람 따라
쓸쓸히 어디론가 사라져갈 게다.
 
저편으로 조금씩 해가 져가는 시간에
그림 같은 가을 공원 한쪽을 홀로 걸으며
조용히 내딛는 걸음마다
바스락바스락 밟히는 낙엽소리가
가을 속을 걷는 내 귓가에
청아하게 들려온다.
쓸쓸함보다 더 깊은 실존을 느낀다.
 
잠시 서로 마주보고 있는 벤치에 앉아
조용히 내 앞의 또 하나의 실존을 보며
다정히 한 마디 건넨다. ‘너, 나구나!’
그렇게 한참을 마주보다가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
한걸음 또 한걸음 내딛는다.
예쁜 낙엽들이 걸음마다 진하게 느껴진다.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대며 솟아오른다.
‘아-!’
낙엽 밟히는 소리를 들으며
가을에 젖는다.
내 실존 속에 잠긴다.
발밑에서 밟히는 낙엽처럼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질 인생이여!
...
(토, October 29, 2022: minheeparkⒸ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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