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어제-과거의 글자취(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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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너, 나의 너>
어느 새, 너는 어여쁜 색동옷 입고 자랑하듯 말없이 내 앞에 서 있다. 살며시 마음을 열고 물끄러미 너를 본다. 너도 물끄러미 나를 본다. 나를 보는 네게로 조용조용히 다가간다. 너도 너를 보는 내게로 조용조용히 다가온다. 내게로 다가오는 네 안으로 한걸음, 한걸음 들어간다. 너도 네게로 다가가는 내 안으로 한걸음, 한걸음 들어온다. 네게로 들어갈수록 나는 아름답게 물 든다. 내게로 들어올수록 너는 나를 짙게 물들인다. 단풍잎 하나 흔들어 내 안에 또 하나의 가을을 그린다. 너와 나는 그렇게 함께 가을로 물 든다. 함께 가을이 된다. 내 안의 너 네 안의 나 우리는 가을의 풍경화 슬픈 가을을 우리의 풍경으로 물들이자. (일, October 16, 2021; mhparkⒸ2021)
2023.02.01 -
<당신의 눈물>
당신의 커다란 눈에서 시냇물처럼 흐르는 눈물을 봅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솟아나 하염없이 흐르고 흐르는 서글픈 눈물을 봅니다. 눈물에 담긴 삶의 아픔이 당신의 눈물을 보고 있는 내 마음속에 세차게 흐릅니다. 지금의 자리에서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음이 내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합니다. 그래서 당신의 눈물을 보면서 그냥 함께 눈물을 흘립니다.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그것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서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 - 아픔과 고통이 있는 세상에서 실존을 아파하고 무능을 슬퍼하면서 쓰다 - (수, September 22, 2021; mhparkⒸ2021)
2023.02.01 -
<가을에>
이제는 완연한 가을인가 보다. 푸르던 나뭇잎들 하나 둘 서로 질세라 오색찬란한 옷으로 갈아입고 또 갈아입고 있으니. 아직 대지 위에 쏟아지는 태양의 열기의 파편들이 간혹 따갑기는 하지만 스쳐가는 시원한 바람이 그 열기를 식히고 가니 가을을 노래할 수 있다. 이 가을 뭉게뭉게 하얀 구름 아름답게 수놓아진 하늘은 점점 더 높아만 가고 너른 벌판의 말들은 이 가을 속에 오동통 살이 오르니 천고마비의 계절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지난여름 애쓰면서 풍성한 결실을 바라면서도 행여나 소출이 적을까 걱정하던 농부들 이제는 한 시름 가라앉히고 너른 들판을 바라보며 살포시 눈가에 미소 짓는다. 그 잔잔한 미소 속에 담기는 뿌듯함, 여유 작작 그리고 행복감 정말로 감사할 일이다. 이 풍요와 풍성함이 세상 모든 구석구석에 스..
2023.02.01 -
<그리움 가득한 날의 바람>
높고 푸른 하늘 한편에 자리 잡은 짙은 회색 구름 사이로 화사한 햇살 한줄기 또 한줄기 눈부시게 내릴 때 나는 가던 걸음 잠시 멈추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듯 내 마음에 샘솟는 그리움에 젖는다. 그대 환한 미소가 스치는 바람 따라 내 마음에 한 줄기 빛으로 밝게 비춰올 때 그 깊은 그리움 속으로 나는 방울방울 눈물 힘겹게 떨군다. 볼 따라 흘러내리는 눈물이 강물처럼 마음을 적셔갈 때 눈가에 맴돌며 머무르길 간절히 바람에도 기어이 떠나고 마는 너의 매정함은 도리어 나의 애절함을 자극하여 더욱 그를 그리워하게 한다. 스치는 바람 바람 흐르는 눈물에 물결을 일으키고 가니 그리움 내 마음 호수에 더욱 번져간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무엇이 있나? 그대가 있나? 바람이 불어가는 곳에는 또 무엇이 있나? 그대가 있나? ..
2023.02.01 -
<안개 낀 아침을 만나다>
지난 밤 곤하게 잠들었던 바람도 저 멀리서 힘차게 달려오는 새날의 인기척에 살며시 눈을 뜨고 피로를 떨쳐내려는 듯 서-서히 기지개를 펴며 하루를 맞이하는 시간 밤새 하늘을 그토록 아름답게 수놓던 수많은 별들이 한 방울 또 한 방울 쏟아내던 별빛들 새벽 여명에 이별을 고하며 떠난 빈자리에 그 허전함을 채우듯 아침 안개가 기별도 없이 마중을 나왔다.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안개 속으로 걷는데 지난 밤 잠을 설쳐댄 여름 벌레들이 불평을 하듯 이른 아침부터 요란하게 울어댄다. 그러나 그 울어댐조차 내게는 아침을 여는 아름답고 힘찬 노래로 들린다. 내 걷는 걸음걸음 맞춰 한걸음씩 또 한걸음씩 길을 비켜주는 아침 안개의 특별한 영접을 받으며 오늘 하루를 힘차게 연다. 이른 아침 인적 없는 한산한 거리 더운 여름을 떠..
2023.02.01 -
<바람은>
바람은 빼어난 예술가 푸른 하늘에 아름답고 자유롭게 구름으로 수를 놓네. 바람은 유능한 인도자 뭉게뭉게 피는 구름 이리저리 능숙하게 이끌어가네. 바람은 놀라운 변형자 다양한 구름들 살랑살랑 다독거려 끊임없이 변화하게 하네. 바람은 탁월한 연주자 때론 감미롭게 때론 애처롭게 때론 힘차게 아름다운 가락으로 하늘 가득 채우네. 바람은 자유로운 여행자 높디높고 넓디넓은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네. 오늘은 나도 울적한 마음 잠시 내려놓고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바람 따라 바람처럼 창공을 높-게 높-게 그리고 멀-리 멀-리 하염없이 날아가고 싶다. 바람의 노래를 들으며 바람이 머무는 곳까지. (수, July 14, 2021; mhparkⒸ2021)
2023.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