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글어 가는 아름다움>

2023. 8. 29. 00:27생각 위를 걷다

해가 뜨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눈보라가 치나
평온하나 폭풍우가 몰려오나
봄여름가을겨울 여러 해 지나고 지나며
오랜 세월 잘 자란 한 그루 이름 모를 나무
 
길가에 말없이 서서
내가 오갈 때마다 반겨주는 그 나무
나도 가끔씩 미소를 담아 눈길을 주곤 했다.
 
이번 봄에도 그 가지가지마다에
푸르른 작은 열매들 하나 둘 내기 시작하더니
어느 덧 여름의 끝자락에
그 작은 열매들이 예쁘게 무르익어가고 있다.
 
붉게 알알이 잘 영글어 가면서
가을이 오고 있음을 오가는 이들에게
말없이 전하며
여름을 가을로 수놓고 있다.
 
길을 지나다가 잠시 발걸음 멈추고
그 열매들 한참이나 바라보노라니
마음이 이미 가을처럼 풍성해진다.
 
나무를 보고 있는데
내게 이렇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너도 나처럼 멋지게 영글어 가는 삶을 살아라.’
 
조용히 성큼성큼 오고 있는 가을을 향해
잘 영글어 가는 작은 열매들을 보면서
다시금 마음에 깊은 소원을 품는다.
 
조금씩 더 나이 들어갈수록
내 삶도 잘 영글어 가고 싶다.
 
그 바람을 알알이 발걸음에 담고
생의 겨울이 가까이 오기 전에
오늘도 풍성한 가을을 향해
나도 조금씩 더 영글어 간다.
(월, August 28,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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