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위를 걷다(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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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의 뒷모습>
조용한 공원 우뚝 선 나무 곁의 벤치에 앉아 화사한 아침 햇살을 보고 선선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평온하게 쉬고 있는데 앞쪽에 있는 빈 벤치의 뒷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아직 인적이 많지 않은 시간에 벤치 홀로 있어도 그리 초라하거나 쓸쓸해 보이지는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누군가 거기에 편히 앉아 쉬기도 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도 했을 텐데 이 아침에는 벤치 홀로 쉬고 있었다. 벤치도 때로는 쉼이 필요한가 보다. 오늘도 오가는 사람들 걷다가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저 벤치에 앉아 기대어 쉼을 얻겠지. 여럿이 지친 몸 힘껏 기댈 수 있을 만큼 벤치의 뒷모습이 든든해 보였다. 벤치에는 여지껏 잠시 기대어 쉬다 간 많은 사람들 그들의 인생 이야기가 묻어 있을 게다. 물끄러미 벤치의 뒷모습을 바라보..
2023.06.22 -
<걷다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앞을 보며 인생길 걷다가 어느 날 문득 뒤돌아 걸어온 길을 보았다. 어떤 때는 곧은 길, 어떤 때는 굽은 길을 어떤 때는 오르막 길, 어떤 때는 내리막 길을 걸어왔음을 보게 되었다. 시간이 좀 더 흘러 걷던 길에서 다시금 뒤돌아 걸어온 길을 볼 때 오늘 내가 걷는 길을 보게 될 것이다. 그때에 보게 될 지금 걸어가는 길도 어떤 때는 곧은 길, 어떤 때는 굽은 길을 어떤 때는 오르막 길, 어떤 길은 내리막 길을 걸어왔음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할 일은 어두운 밤 하늘에 별처럼 반짝이는 꿈 하나 가슴에 안고 앞을 향해 걷고 있는 길을 최선을 다해 걸어가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다. (월, June 19, 2023: mhparkⒸ2023)
2023.06.21 -
<계단과 장미 한 송이>
산책로를 걸으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침 조금 힘이 드는 발걸음이지만 그래도 오르다 보면, 역설적으로 힘이 들어도 힘이 난다. 맨 꼭대기 가까이 올랐을 때 철조망에 연분홍 장미 한 송이 꽃여 있었다. 계단을 오르느라 지치고 힘겨워 할 이들을 생각해 누군가 꺾어다가 꽃아놓았는가 보다. 그 마음 참 아름답다. 장미에게는 생의 끝이어도. 장미의 꺾인 아픔과 희생으로 계단을 힘들게 오르내리다가 잠시 발걸음 멈추어 서서 가만히 어여쁜 장미를 본다. 나를 보며 방긋 웃는다. 나도 방긋 웃는다. 우리는 함께 방글이. 힘겨운 발걸음 예쁜 꽃 때문에 작은 미소와 잠깐의 여유를 얻는다. 힘듦보다 장미! (일, June 18, 2023: mhparkⒸ2023)
2023.06.20 -
<작은 폭포 앞에서>
새들도 잠에서 깨어 즐겁게 노래하고 매미도 힘차게 울어대는 이른 아침 푸르른 잎들 우거진 나무들 가득한 어느 골짜기 작은 계곡 따라 흐르고 흐르는 긴 여행을 하는 맑은 물줄기 발걸음 멈추고 잠시 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떨어지는 물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 소리가 무척이나 힘차다. 내 심장이 함께 힘차게 뛴다. 그 힘찬 소리가 이 아침에도 나뭇잎 사이로, 나뭇가지 사이로 바람 따라 내 귓가에 청아하게 들려온다. 조용히 귀 기울이며 떨어지고 흘러가는 물소리에 마음을 연다. 잔잔한 평화가 마음의 계곡을 따라 천천히 흘러들어와 마음 속 사방으로 퍼진다. 내면이 평온해진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삶을 생각한다. 흘러가는 계곡물처럼 끊임없이 흘러가는 내 인생길에서 오늘도 내 곁으로 다가온 하루를 기쁘게 맞이하며 함께..
2023.06.19 -
<달 밝고 별이 빛나는 밤의 서성임>
또 하루가 영원 속으로 떠나가는 시간 대지에 어둠이 내려 밤이 깊어갈 때 달의 미소와 별들의 반짝임이 점점 더 예쁘게 밤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늘 거기에 같은 모습으로 서서 한 밤을 지새우는 가로등 불빛은 사람들이 지나가든 지나가지 않든 외로이 거리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한 폭의 그림 같이 아름다운 밤 누워도 쉬이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잠시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달빛 맞으며 별빛 맞으며 조용한 거리를 홀로 천천히 걸었다. 걸으며 달에게도 별들에게도 속삭였다. “나 너 좋아해, 너 나 좋아해? ㅋㅋㅋ” 조그만 산길 가에 예쁘게 핀 들꽃들처럼 어둠 속에서 환하게 웃는 달의 미소가 유난히도 밝은 밤 별들도 함께 방긋 웃음 짓고 있었다. 해맑은 웃음처럼 달맑고 별..
2023.06.18 -
<비 온 뒤의 산책로를 걸으며>
간밤에 조용히 비가 내렸다. 빗방울 주룩주룩 밤새 대지를 촉촉히 적시고 푸르른 나뭇잎들과 풀잎들 위에 떨어지며 잠 못 이루게 후두둑 후두둑 장단 맞춰 두드렸다. 그래도 이 아침에 힘차게 보인다. 푸르른 청춘이라서 그런가 보다. 비 온 뒤 이 이침 나무숲 터널 산책로의 녹음이 더 푸르고 진하게 묻어난다. 발걸음 옮기며 바라보는 내 마음의 녹음도 짙어가는 것 같다. 내 안의 내가 푸르게 물이 드는 것 같다. 계단 옆 계곡의 작은 폭포에서 힘차게 떨어지는 맑은 물의 소리는 이 아침 더 청아하게 내 귓가에 다가온다. 내 발걸음도 함께 가볍고 힘차다. 비 온 뒤 더 푸르게 보이는 상쾌한 아침 걷고 또 걷는 데 하나의 생각이 스쳐간다. 때론 비 오고 궂은 날이 불편해 보여도 그 뒤에는 맑고 깨끗해지듯이 인생의 궂은..
2023.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