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의 뒷모습>

2023. 6. 22. 00:04생각 위를 걷다

조용한 공원 우뚝 선 나무 곁의 벤치에 앉아
화사한 아침 햇살을 보고
선선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평온하게 쉬고 있는데
앞쪽에 있는 빈 벤치의 뒷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아직 인적이 많지 않은 시간에
벤치 홀로 있어도 그리 초라하거나
쓸쓸해 보이지는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누군가
거기에 편히 앉아 쉬기도 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도 했을 텐데
이 아침에는 벤치 홀로 쉬고 있었다.
벤치도 때로는 쉼이 필요한가 보다.

오늘도 오가는 사람들
걷다가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저 벤치에 앉아 기대어 쉼을 얻겠지.
여럿이 지친 몸 힘껏 기댈 수 있을 만큼
벤치의 뒷모습이 든든해 보였다.

벤치에는 여지껏 잠시 기대어 쉬다 간 많은 사람들
그들의 인생 이야기가 묻어 있을 게다.
물끄러미 벤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 이야기들 도란도란 들리는 듯 했다.

벤치는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를
말없이 들어주고 또 말없이 들려준다.
오늘 또다시 누군가 곁을 지나다가
잠시 앉아 쉬어 갈 것이다.
지금 내가 이 벤치에 앉아 쉬고 있듯이.

이 벤치에도 내 인생 이야기가 머물겠지.
뒤에 있는 다른 벤치에서
누군가 나처럼 앉아 이 벤치의 뒷모습을 볼 때
말없이 내 이야기도 들려주겠지.

이 벤치의 뒷모습에 머무는 내 이야기가
소리 없이 아름답게 들려지면 좋겠다.
그런 이야기가 되고 그런 이야기로 남도록
오늘 하루도 나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다.
(화, June 20,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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