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의 시간>
2023. 1. 17. 13:41ㆍ생각 위를 걷다
오늘도 어제처럼 찾는 이 없지만
그래도 언제나 꿋꿋하게 나란히 서서
소리없이 도서관을 지키는 책들을 보며
한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 마음을 사로잡고
떠나는 게 못내 아쉬운 듯
코끝에서 맴도는 커피 향처럼,
책 향기 그윽한 도서관에 홀로 앉아
내 마음을 당기는 글을 읽으며
잠시 상념을 잊고 고요에 젖는다.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어머니의 태처럼 안전한 '정신의 안방'에서
마음의 문을 사르르 열어놓고
책 속에 잠긴다.
그리고 두 눈동자에 알알이 맺히는 글 속에
나의 마음을 하나 둘 풀어 놓노라면
어느 새, 글쓴이의 생각이 내 마음에 펼쳐지고
나는 그 위를 즐겁게 거닌다.
오늘도 시간 위를 걷는 또 하루
조금씩 멀어져가는 그 실존의 한 가운데에서
인적 드문 조그마한 도서관에
조용히 홀로 앉아 책장을 넘기며
시간 위에 한자 한자 나를 쓴다.
그렇게 이 하루도 내 인생책의 한 페이지가 된다.
세월의 강물이 대양을 향해 흘러간 좀 더 훗날,
내 인생의 도서관 한쪽에 조용히 앉아
삶으로 쓴 내 인생책을 펼칠 때
오늘의 이야기가 담긴 그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아련히 떠오를 희미한 기억 속에
지금 이 시간이 소중하게 읽히겠지.
그러니 아름답게 쓰이게 그리고 즐겁게 기억되게
오늘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월, January 16,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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