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호수의 빗방울 두드림>

2024. 3. 1. 09:36생각 위를 걷다

호숫가에서 맞는 바람은
바닷가에서 맞는 바람처럼
언제나 감미롭다.
늘 내 마음을 기분 좋게 만진다.
 
그 감미로움
은은한 불빛 어리는 조용한 찻집에
가득히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처럼
마음속 깊은 곳까지 이른다.
 
오늘은 비 내리는 호숫가에서
그 바람을 느낌 다르게 맞는다.
 
잔잔한 호수에 쌀쌀한 바람 불어오니
조금씩 물결이 인다.
그 몸놀림이 아주 부드럽다.
거기에 빗방울이 하염없이 떨어진다.
빗방울이 떨어질수록
호수 여기저기에 동그랗게 빗자국이 생긴다.
 
그런데 곧바로 사라진다.
빗자국이 그렇게 물속으로 잠긴다.
호수는 그렇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한마디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히 모두 다 품는다.
 
비가 끊임없이 떨어지니
호수는 어느덧 연주자의 부드러운 손이
끊임없이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듯이
내려갔다 올라왔다 한다.
빗방울이 잠시나마 남기는 손자국이 멋지다.
 
오늘 호수는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방울과 함께
건반 호수가 되고 있다.
비의 손가락이 호수의 건반을 두드리니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오늘 호수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연주자다.
그 연주자가 내 마음도 두드리며 연주하고 있다.
(목, February 29, 2024: mhpar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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