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 26. 11:09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의 문제를 다루는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는데 노년을 홀로 살아가는 한 여성의 입에서 신세를 한탄하듯 이런 말이 나왔다. “허망하고 쓸쓸해요.” 실제로 그 표정에서 죽음을 향하여 살아가는 한 인간의, 더욱이 죽음 가까이 있는 노년기를 살아가는 한 인간의 허망함과 쓸쓸함을 엿볼 수 있었다.
그 여성이 쓸쓸히 내뱉은 그 말에는 모든 인간이 실존적으로 느끼고 또 느낄 수밖에 없는 2가지 느낌, 곧 허망함과 쓸쓸함이 담겨 있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원초적 감정 중 하나는 허망하다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로 허망하다는 것은 “어이가 없고 허무하다”는 것이다. 어이없다는 것은 “일이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다”는 것이고, 허무하다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텅 비거나 인간 존재 자체가 공허하고 무미한 상태”를 말한다. 그러니까 허망하다고 하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텅 빈 마음과 특별한 것이 없는 삶을 보게 되면서 무의미와 허무를 느끼는 것이다.
허무함은 공허함과 헛됨을 말한다. 모든 인간은 누구나 예외 없이 살아갈수록, 나이가 들어 늙어갈수록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살아갈수록 마음 한구석에 텅 빈 것을 느끼게 되고 존재 자체가 공허하고 무의미하다고 느끼게 된다.
다른 하나는 쓸쓸하다는 것이다. 쓸쓸하다는 것은 “외롭고 적적하다”는 것이다. 외롭다는 것은 혼자라고 느끼는 것이고, 적적하다는 것은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 외롭고 심심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래 인간은 혼자이다. 그러니까 고독한 느낌 이전에 존재 자체가 그냥 혼자인 것이다. 그래서 쓸쓸하다고 느끼는 것은 존재의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쓸쓸함은 인간 존재의 본성의 표현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허망하고 쓸쓸한 마음이 생기는 것은 실존적 존재인 인간에게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살아가면서 허망함과 쓸쓸함을 느끼게 될 때 그것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허망함과 쓸쓸함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인간 존재의 원초적인 면이라서 자연스럽고 당연하다면 그것들을 대하는 첫 번째 지혜로운 태도는 그것을 거부하거나 부정하지 말고 그냥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본성과 욕구를 지니고 살아가는 것처럼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서 그러한 여러 느낌을 경감시킬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것이다.
마음의 허망함과 쓸쓸함은 마음이 고픈 것이다. 인간이 배가 고프게 되는 것은 물질적 존재이기에 당연하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으면 된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마음이 고프게 되는 것도 정신적인 존재이기에 당연하다.
마음이 고프면 마음의 양식을 먹으면 된다. 문제는 마음의 위는 몸의 위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아무리 먹어도 온전하게 채워지거나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충족을 받는 것은 하기 나름이고 먹기 나름이다. 자기 마음의 위에 맞는 것을 섭취하면 된다. 자기만의 고유한 것을 발견해서 그것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교제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들보다 더 근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과 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것이다. 자기 마음을 돌보고 관리하는 것이다. 허망하고 쓸쓸하게 느껴지는 자기 마음을 다독이면서 가는 것이다. 홀로일 때는 홀로인 대로,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는 함께하는 대로 그렇게 사는 것이다. 그것이 지혜로운 방법들 가운데 하나이다.
사실, 자기 인생의 첫 번째 길동무는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과 동무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나 더 쓸쓸해진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허망함과 쓸쓸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 중의 주된 것은 자기 자신과 적절한 관계를 맺으며 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잘 모른다. 그런 것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래 누구나 혼자다. 이 세상에 홀로 와서 홀로 떠난다. 그것이 인간의 실존이다. 오늘날 ‘독거’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향이 있지만 본래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 않다. 인생 자체가 독거, 곧 혼자 사는 것이고, 독처, 곧 홀로 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individual)이란 말은 그 이상 나눌 수 없는 개체 자체를 뜻하며 사회를 이루는 최소한의 구성체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인생은 근본적으로 동거가 아니라 독거이다. 동거는 필요에 의한 것이지만 독거는 존재의 본질적 차원을 실제적인 삶으로 사는 것이다.
그러니 인간으로서의 우리의 본성을 깊이 생각하면서 거기에 맞게 살아가는 삶이 지혜롭다. 그런 삶을 지혜롭게 살려면 적당한 훈련과 수용도 필요하다. 우리 삶에서 감수할 부분도 있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허망함과 쓸쓸함에서 기인하는 고통의 마음을 그대로 겪어내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이런 말을 했다. “고뇌의 고귀함을 모르는 사람은 아직 이성적 생활, 즉 참된 인생을 시작하지 않은 사람이다.”
사는 것 그 자체가 어려운 일이 아닌가! 어려운 삶 속에 허망함과 쓸쓸함이 똬리를 틀고 시시때때로 고개를 든다. 그래서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삶은 여전히 의미 있고 좋고 희망적이다.
(목, January 25, 2024: mhparkⒸ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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