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손이 행한 일이 견고하기를 원합니다>

2024. 1. 16. 00:21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홍수나 산사태 또는 쓰나미 같은 자연 재난으로 인해 한순간에 많은 것을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면 무척이나 안타까워진다. 그동안 쌓아온 인생의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을 하는 것은 아마도 인생의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는 마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런 상황을 겪으며 망연자실하게 절망감을 표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 어떤 원서를 번역할 때 경험한 일이다. 많은 날 동안 영어 원서를 놓고 나 자신과 고투하며 열심히 우리말로 노트북 컴퓨터에 옮기고 있을 때였다. 컴퓨터를 껐다가 켜는 번거로움을 피하려고 그냥 저장만 하고서 습관처럼 슬립 모드 상태로 두었다. 그러면 언제든지 컴퓨터를 켜는 작은 수고를 하지 않고도 스크린 부분을 들어 올리고는 곧바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죽 그렇게 해오던 어느 날 도서관에 앉아서 저장해 둔 번역원고를 다시 불러내어 이어서 번역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뿔싸 번역하면서 저장해 두었던 많은 부분(약 15 페이지 정도)이 사라지고 없는 것이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그 이유도 알지 못했다. 그때 느꼈던 절망감과 허탈함이란 이루다 말할 수 없이 컸었다.
 
그러다가 하는 수 없이 재번역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은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같은 작업을 반복해서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꾸 사라져 버린 것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었기에 열심히 했고 결국에는 번역이 잘 마무리가 되어 책이 출판되게 되었다.
 
인간의 손이 행하는 일은 아무리 위대하고 견고하게 보일지라도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고 어느 한순간에 안개처럼,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그런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그러한 사실도 염두에 두고서 일을 진행해가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는 우리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 우리는 인생에서 공을 들이면서 자기만의 탑을 쌓아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외적인 힘, 외적이 도움도 필요하다. 우리 삶에는 그런 힘이 필요할 때가 많이 있다. 우리의 공든 탑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수고하고 애쓰며 행하는 일들이 인생의 큰 그림을 따라 잘 구성되어 결국에는 멋진 탑처럼, 멋진 건물처럼 견고하게 세워지고 아름다운 열매들로 맺어지기를 소망한다. 인생길을 다 걸은 후에 마음이 공허하고 허무하지 않게 매일매일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서 나 자신의 인생 시간에 아름다운 흔적들과 의미 있는 결과들을 남기며 살고 싶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나의 손이 그렇게 행한 일이 견고하기를 바란다.
(일, January 14, 2024: mhparkⒸ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