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2일로서의 1월 1일?>

2024. 1. 4. 00:04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지난 한 해가 갔고 새로운 한 해가 왔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될 때, 많은 사람이 새로운 마음과 기대를 품고서 새로운 해를 맞이하곤 한다. 초읽기(countdown)를 하면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다. 그리고 새로운 한 해의 첫날 떠오르는 해를 희망차게 맞이하면서 소원을 빌곤 한다. 일반적이고 그럴듯하다.
 
한 해를 보내면서 매체들이나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 “다사다난했던 한 해(an eventful year)”이다. 그 말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가지로 일이 많거나 어려움이 많다” 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새로운 해는 좀 더 낫고 희망찬 해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 말을 듣지 않고 새해를 맞이해 본 적이 없다. 늘 누군가 그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왜냐하면 모든 해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늘 다사다난하기 때문이다. 인생사 자체가 복잡하고 다사다난하다. 여러 가지로 일이 많고 어려움도 많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적 삶이다.
 
어제 12월 31일도 하루를 살았고 오늘 1월 1일도 하루를 살았다. 어제도 주어진 일상에서 여전히 가야 할 길을 걸으며 살았고, 오늘도 주어진 일상에서 여전히 가야 할 길을 걸으며 살았다. 연대기적 구분에 따르면, 어제는 작년이고 오늘은 신년이다. 개념적으로 둘 사이는 1년의 차이가 있다. 1년의 차이는 대단히 크다. 365일이라는 건널 수 없는 넓은 강이 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두 사이는 하루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우리의 실제적인 삶에서 12월 30일과 12월 31일 사이의 하루와 12월 31일과 1월 1일 사이의 하루의 차이는 사실 아무것도 없다. 그저 구분일뿐이다. 지나치다고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1월 1일은 12월 32일의 다른 명명이다.
 
한 해와 다른 한 해의 사이는 간격이 크나 하루와 다른 하루의 사이는 그리 크지 않다. 실제로 우리는 한 해와 다른 해 사이를 사는 것이 아니라 매일 하루와 다른 하루 사이를 산다. 우리는 매일의 삶을 사는 하루 인생, 하루 존재이다.
 
이처럼, 해와 달과 일은 물리적인 구분일 뿐 삶의 시간은 모두 같다. 하루와 다른 하루의 연속이다. 이런 점에서 시간은 구분의 문제라기보다는 사용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매일매일 시간적 존재인 모든 사람에게 같게 주어지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어제와 연결하여 오늘을 살고 오늘은 내일과 연결하여 살고 내일은 오늘과 연결하여 사는 것이다. 매일 시간 사용의 차이가 하루의 차이를 낳고 결국에는 삶 전체의 차이를 낳는다.
 
그렇게 살면 한 해의 끝에 이르게 될 때 송년을 덜 후회하며 보낼 수 있게 된다. ‘올 한 해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았지’라고 자조적인 목소리로 지나간 한 해를 후회하지 않고, ‘올 한 해도 열심히 의미 있게 살았고 내 인생에서 이런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 왔더니 이런 열매를 거두게 되었네’라고 보람 있게 마무리하고 그다음 해를 이어서 살 수 있게 된다. 하루를 다음 날과 연결하여 살아가듯이 한 해를 다음 해와 연결하여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우리의 삶에는 유한한 존재인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이 많이 있지만, 그럼에도 대부분 삶은 자기 하기 나름이다. 특히,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고 또 달라진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2024년이라고 불리는 올 한 해를 알차고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 그 염원을 담아 오늘도 한걸음 또 한걸음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딘다.
(월, January 1, 2024: mhparkⒸ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