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늦은 밤 창가에 홀로 조용히 앉는다.
그리고는 나 자신과 만난다.
하룻길 걸으며 지친 몸에 쉼도 주고
분주했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싶을 땐
이렇게 가끔 창가에 조용히 앉아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밖으로 맑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내 안에 작은 여백을 주곤 한다.
어떤 날은 칠흑 같은 어둠만이
밤하늘을 물들이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별들이 반짝이며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기도 한다.
밤하늘은 매일매일 그렇게 옷을 갈아입는다.
오늘은 달밤이다.
가로등 불빛이 인적 끊긴 거리를 밝히고
차가운 바람 스치는 캄캄한 밤하늘에
수줍은 듯 반쯤 가린 채
살짝 얼굴 내미는 하얀 달이
오늘따라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조용히 밤하늘을 바라보는 눈가에
달의 부드러운 미소가 아롱진다.
마음에도 이슬방울처럼 알알이 맺힌다.
곧이어 미소 마음이 된다.
창밖은 어둠처럼 고요한데
내 마음은 달빛처럼 은은하게 꿈틀거린다.
창가에 말없이 앉아 밤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기다 보면
어느덧, 마음에도 깊은 밤이 찾아든다.
그러면 마음의 창문을 사르르 닫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리고는 어둠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금, December 29, 2023: minheeparkⒸ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