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9. 08:31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흔히 하는 말로 ‘주인은 일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들 한다. 주인은 자기 것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정성을 다해서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은 돈을 받고 하기에 자기 일처럼 그렇게 정성을 다해서 하지 않고 돈 받을 생각만 하고 적당히 한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마 사람들 대부분 그 말에 수긍할 것이라고 여겨진다.
경험적으로 볼 때, 집에서 아내가 없을 때 열심히 주방일을 하고 청소도 하고 하지만 아내의 맘에 쏙 들게 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내 나름으로는 열의와 정성을 다해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아내의 눈에는 대부분 시원찮게 보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아내가 지인과 대화를 나누다가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왜 우리 여자들 눈에는 훤히 다 보이는데 남자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이 말을 주인과 일하는 사람의 관계에 적용해 보면 이와 같을 것이다. “왜 우리 사장의 눈에는 훤히 보이는데 직원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지 도대체 모르겠어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일을 할 때 보통 두 가지 태도 또는 의식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주인의식’이고 다른 하나는 ‘손님의식’이다. 주인의식은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이 주인인 것처럼, 자기 일인 것처럼 성실하게 감당하는 것이다. 손님의식은 자신이 하는 일에 혼신을 기울이기보다는 적당하게 하는 것이다. 손님의식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기의 몫을 생각하고 적정 수준에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나의 일’처럼 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삯을 받는 것이다.
늘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을지라도, 가능하면 무슨 일을 하든지 손님의식이 아니라 주인의식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여겨진다. 상황과 여건 그리고 일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주인의식을 가지고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릴 적부터 종종 해주던 말이 있다. ‘누가 보고 안 보고에 상관없이 맡은 일과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때가 되면 알려지게 되어있다고 가르쳤다.
이 점과 관련된 속담이 있다.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다르게 표현해 보면, ‘밤에 하는 일은 쥐가 보고 낮에 하는 일은 새가 본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간에 결국에는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알려진다는 것이다.
우리 집 큰애가 대학교에 다닐 때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을 한 적이 있다. 친구와 함께 열심히 한 학기 동안 맡겨진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마지막 날에 그 일의 담당자가 자기들을 부르고는 ‘그동안 수고 많이 했고 두 사람 모두 자기 일처럼 성실하게 일을 잘 해줘서 고맙다’라고 말하면서 봉투를 하나씩 주더라는 것이다. 나중에 보니 거기에는 1,000불짜리 수표가 들어있었다고 한다. 자원자로서의 일을 마치는 날, 딸과 친구는 병원을 나오는데 정말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일 전체를 마쳤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도 뜻밖의 큰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여겨진다. 꼭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할 필요는 없지만,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주인의식을 가지고 최대한 나의 일처럼 가장 멋지게 해보려고 노력하다 보면 덤으로 좋은 평까지 얻을 수 있다면 말 그대로 일거양득이 아니겠는가? 무엇이든 주어지는 일을 열심히 하면 자신에게도 좋고 남에게도 좋다. 그런 사람에게 이런 말이 꼭 들어맞는 것 같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God helps those who help themselves.).”
(금, September 8, 2023: mhparkⒸ2023)
'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효과를 높이기 위한 ‘한 번 더’> (2) | 2023.10.07 |
---|---|
<코스모스 추억> (0) | 2023.09.22 |
<가는 길과 흔적: 새끼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에는 흔적이 남았다> (2) | 2023.09.07 |
<인생, 하나의 작품의 작품 하나> (0) | 2023.08.18 |
<날아왔다가 날아간 한 마리 새를 보며> (2) | 2023.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