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9. 7. 04:47ㆍ아주 특별한 일상-아주 평범한 걸작
이른 아침에 건강을 위해 오르내리는 계단 앞에서 오늘 아침도 오르기 전에 몸을 푸는데 벤치 위에 새끼 달팽이가 또 있었다(아마 며칠 전에 보았던 그 달팽이와 다른 달팽이 같았다). 새끼 달팽이가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밤새 내린 이슬로 인해 벤치가 이슬방울로 알알이 맺혀 있었는데 바다의 뱃길처럼 달팽이가 지나온 자리가 이리저리로 선이 나 있었다. 그 선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지난 밤과 새벽의 새끼 달팽이의 여정의 흔적이 벤치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잠시 계단을 오르지 않고 새끼 달팽이와 그것이 남긴 흔적을 바라다보았다. 새끼 달팽이가 남기고 가는 흔적들을 보노라니 지금까지 내가 인생길을 걸으며 남긴 흔적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걸어온 길을 잠시 뒤돌아보면, 그렇지 않아야 하는데 부끄럽게도 걸어온 길이 그리 곧지만은 않다는 것이 분명하다. 새끼 달팽이가 걸어온 길처럼, 꾸불꾸불한 길도 있다. 그래도 한 길을 걷되 여러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걸어온 길에서 의미 있는 진보가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걷는 길에 우리의 흔적을 남긴다. 우리가 걸어오는 길에는 좋든 나쁘든 바로 우리의 흔적이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뒤돌아 우리의 생의 흔적들을 볼 때 보람과 의미를 줄 수 있는 그런 흔적을 남기며 살려고 애쓰는 것이 현명하다. 걷는 길이 꼭 마음 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곧은 길이 되도록 조금 느릴지라도 한걸음 또 한걸음 걸어가는 것이 멋진 삶이다.
새끼 달팽이가 벤치 위에 자기가 걸어간 길에 흔적을 남기며 가듯이, 나에게는 여전히 가야할 길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내가 걷는 흔적들이 남을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의 흔적과 자취는 지난 시간에 그냥 남겨두고, 앞으로 걷는 길에는 좀 더 훗날 내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 볼 때 후회 없이 마음의 만족을 줄 수 있는 그런 흔적, 그런 발자취가 담길 수 있게 오늘 하루도 앞을 보며 방향성 있게 걷는다.
(수, September 6,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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