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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같은 세월>
세월은 바다 위를 두둥실 떠가는 배 같다. 배는 승객이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앞을 향해 나아간다. 세월도 우리가 느끼든 느끼지 못하든 정처없이 흘러간다. 배는 낮에도 밤에도 앞으로 간다. 바다의 상황에 상관없이 항해한다. 그것이 배의 항해다. 세월도 밤낮 구분없이 흘러간다. 우리의 상황에 상관없이 항해한다. 그것이 우리 인생의 항해다. 그 세월 속에 나 있고 내 속에 그 세월 있다. 모래시계의 모래알들처럼. 배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승객의 삶이 된다. 세월 속에 있는 내가 내 속에 있는 세월을 보내는 방식이 내가 되고 나의 삶이 된다. 세월 속에 있는 나는 오늘도 내 속에 있는 세월을 어떻게 보낼까 깊이 생각하며 끝이 있는 인생길을 걷는다. 남은 인생 후회가 덜 남도록. (일, July 2, 2023: ..
2023.07.03 -
<밥 짓기, 삶 짓기>
때로는 귀찮을 때가 있긴 하지만, 쌀을 씻어 밥을 하는 것, 가능한 범위 내에서 요리하는 것 그리고 설거지와 같은 주방일을 하는 것에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전부터 밥을 하고 필요할 때 요리를 해 왔기 때문이다. 내가 밥을 처음 지었던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된다. 오늘날은 최신식 압력밥솥이나 전기밥솥이 있어서 쌀을 씻고 그 양에 맞추어서 밥솥에 숫자로 표시된 대로 물의 양을 맞추어 취사 버튼만 누르면 알아서 다 해준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쌀을 씻어서 일반 솥에 쌀을 넣고 적당량의 물을 손등으로 재서 맞춘 다음에 밥을 했다. 그런 다음에 전기밥통에 넣어서 보온 상태를 유지했다. 더 어릴 때는 불을 때서 밥을 하기도 했다. 도시는 몰라도 시골의 상황은 그랬다. 당연하게도 처음에는 밥이 잘되지 ..
2023.06.24 -
<밤 의자에 앉다>
한 낮의 분주했던 발걸음들 하나 둘 자기 보금자리로 향하고 거리에 어둠이 소리 없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어느 덧, 거리에 소복이 쌓였다. 온통 어둠 뿐이고 깊어가는 밤에 가로등 불 빛만 환하게 웃음 짓고 있었다. 언제나 분주했던 하루가 떠나고 나면 어김 없이 그 빈자리를 어둠이 채우러 온다. 어느 날 밤이었다. 늘 그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는 나무들 그 아래에 의자 몇이 놓여 있었다. 해 맑던 낮에는 여러 사람들 앉아서 도란도란 즐겁게 이야기 꽃을 피웠을 텐데.ㅅ 서산에 해 지고 날이 저물어 사람이 떠난 빈 자리에 어둠만이 앉아 의자의 허전한 밤을 달래주고 있었다. 그 옆에 조용히 다가가 앉았다. 그때 가로등 불빛 내리는 어둠 속으로 선선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의자가 스쳐가는 바람에게 잠시 앉았다..
2023.06.23 -
<벤치의 뒷모습>
조용한 공원 우뚝 선 나무 곁의 벤치에 앉아 화사한 아침 햇살을 보고 선선한 아침 바람을 맞으며 평온하게 쉬고 있는데 앞쪽에 있는 빈 벤치의 뒷모습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아직 인적이 많지 않은 시간에 벤치 홀로 있어도 그리 초라하거나 쓸쓸해 보이지는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누군가 거기에 편히 앉아 쉬기도 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도 했을 텐데 이 아침에는 벤치 홀로 쉬고 있었다. 벤치도 때로는 쉼이 필요한가 보다. 오늘도 오가는 사람들 걷다가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저 벤치에 앉아 기대어 쉼을 얻겠지. 여럿이 지친 몸 힘껏 기댈 수 있을 만큼 벤치의 뒷모습이 든든해 보였다. 벤치에는 여지껏 잠시 기대어 쉬다 간 많은 사람들 그들의 인생 이야기가 묻어 있을 게다. 물끄러미 벤치의 뒷모습을 바라보..
2023.06.22 -
<걷다가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앞을 보며 인생길 걷다가 어느 날 문득 뒤돌아 걸어온 길을 보았다. 어떤 때는 곧은 길, 어떤 때는 굽은 길을 어떤 때는 오르막 길, 어떤 때는 내리막 길을 걸어왔음을 보게 되었다. 시간이 좀 더 흘러 걷던 길에서 다시금 뒤돌아 걸어온 길을 볼 때 오늘 내가 걷는 길을 보게 될 것이다. 그때에 보게 될 지금 걸어가는 길도 어떤 때는 곧은 길, 어떤 때는 굽은 길을 어떤 때는 오르막 길, 어떤 길은 내리막 길을 걸어왔음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할 일은 어두운 밤 하늘에 별처럼 반짝이는 꿈 하나 가슴에 안고 앞을 향해 걷고 있는 길을 최선을 다해 걸어가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지혜로운 선택이다. (월, June 19, 2023: mhparkⒸ2023)
2023.06.21 -
<계단과 장미 한 송이>
산책로를 걸으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침 조금 힘이 드는 발걸음이지만 그래도 오르다 보면, 역설적으로 힘이 들어도 힘이 난다. 맨 꼭대기 가까이 올랐을 때 철조망에 연분홍 장미 한 송이 꽃여 있었다. 계단을 오르느라 지치고 힘겨워 할 이들을 생각해 누군가 꺾어다가 꽃아놓았는가 보다. 그 마음 참 아름답다. 장미에게는 생의 끝이어도. 장미의 꺾인 아픔과 희생으로 계단을 힘들게 오르내리다가 잠시 발걸음 멈추어 서서 가만히 어여쁜 장미를 본다. 나를 보며 방긋 웃는다. 나도 방긋 웃는다. 우리는 함께 방글이. 힘겨운 발걸음 예쁜 꽃 때문에 작은 미소와 잠깐의 여유를 얻는다. 힘듦보다 장미! (일, June 18, 2023: mhparkⒸ2023)
2023.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