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의자에 앉다>
2023. 6. 23. 04:44ㆍ생각 위를 걷다
한 낮의 분주했던 발걸음들 하나 둘
자기 보금자리로 향하고
거리에 어둠이 소리 없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어느 덧, 거리에 소복이 쌓였다.
온통 어둠 뿐이고 깊어가는 밤에
가로등 불 빛만 환하게 웃음 짓고 있었다.
언제나 분주했던 하루가 떠나고 나면
어김 없이 그 빈자리를 어둠이 채우러 온다.
어느 날 밤이었다.
늘 그 자리에 옹기종기 모여 살아가는 나무들
그 아래에 의자 몇이 놓여 있었다.
해 맑던 낮에는 여러 사람들 앉아서
도란도란 즐겁게 이야기 꽃을 피웠을 텐데.ㅅ
서산에 해 지고 날이 저물어
사람이 떠난 빈 자리에 어둠만이 앉아
의자의 허전한 밤을 달래주고 있었다.
그 옆에 조용히 다가가 앉았다.
그때 가로등 불빛 내리는 어둠 속으로
선선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의자가 스쳐가는 바람에게 잠시 앉았다 가라고
손짓하며 말하는 것 같은 정겨운 밤이었다.
마치 어린 시절 여름 밤에
마루나 마당 한 가운데 놓인 평상에 누워
밤하늘에 아름답게 반짝이던 별 빛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그런 포근한 밤이었다.
그렇게 멋진 밤이면
바람 맞으며 나 홀로 있어도 가슴 허하지 않다.
기분좋게 스치는 바람과
내 마음에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빛들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내 인생의 어느 한 날 밤에
어둠 속에서 의자에 홀로 앉아 내 안의 나를 만나며
내가 산 또 하루를 조용히 바람에 실어 떠나보냈다.
(목, June 22, 2023: mhparkⒸ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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