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음과 보이지 않는 손>

인간의 삶은 붙잡는 과정의 연속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매일 무언가를 붙잡으면서 살아간다. 아침에 이불을 붙잡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옷을 붙잡고 수저와 젓가락과 그릇을 붙잡고 신발을 붙잡고 그 외의 여러 물건을 붙잡는다. 이처럼 우리는 붙잡지 않고는 살 수가 없다. 우리의 손은 붙잡는 도구이면서 붙잡음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손으로만 붙잡는 게 아니다. 우리의 마음으로도 붙잡는다.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손의 붙잡음은 마음의 붙잡음의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붙잡으려는 마음이 있어서 실제로 손으로 붙잡는 것이다. 마음의 붙잡음과 손의 붙잡음은 그렇게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마음의 붙잡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행동은 대부분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의 붙잡음을 통제하지 않으면 우리의 삶에서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의 삶은 붙잡음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붙잡힘으로도 이루어진다. 우리는 매일매일 무언가를 붙잡으면서 동시에 무언가에 붙잡힌다. 우리는 공기에 붙잡히고 바람에 붙잡히고 햇살에 붙잡히고 아름다운 새소리에 붙잡히고 밤에 붙잡힌다.
 
우리의 마음도 붙잡으면서 붙잡힌다. 사람에게 붙잡히고 물건에 붙잡히고 사상에 붙잡히고 분위기에 붙잡히고 예쁜 꽃에 붙잡히고 주변 환경에 붙잡힌다. 이외에도 많은 것에 붙잡힌다. 그런 것들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우리를 붙잡고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우리의 삶에서 존재를 위해서는 붙잡는 것보다도 붙잡히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햇살이나 공기와 같은 것들에 붙잡히는 것은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그것들이 없으면 우리는 존재할 수가 없다.
 
이 세상에는 우리가 붙잡히는, 다시 말하면 우리를 붙잡는 보이지 않는 손이 많이 있다. 그중에는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손도 있고 부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손도 있다. 그런 손 중에는 우리의 전 존재의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을 인식할 수 있는 혜안이나 분별력이 필요하다.
 
우리 자신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붙잡힘과 붙잡음이 함께 있다. 실제로,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전심으로 그것을 붙잡게 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의 붙잡음은 우리가 붙잡힌, 곧 우리를 붙잡고 있는 것과 나뉠 수 없다. 우리의 현재 붙잡음과 붙잡힘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가 붙잡는 것에 의해서 우리의 삶과 운명이 달라지기도 하듯이, 우리를 붙잡는 것, 곧 우리가 붙잡히는 것에 의해서도 우리의 삶과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붙잡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 곧 우리가 붙잡히는 것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삶이 올바르게 영위되고 훗날 자기 인생을 돌아볼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
(목, June 6, 2024: mhparkⒸ2024)